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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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약속이 없을 때 퇴근하다 가끔은 동네 슈퍼에 들르곤 한다.

막걸리를 한 병 살 때도 있고 두 병 살 때도 있다.

하지만 두부는 한 모만 산다.

혼자서 마련하는 저녁상에 막걸리는 반주로 마시고 두부는 안주로 먹기 위해서다.

여기에다 열무김치까지 있으면 더 이상 정겨울 수가 없다.

해 저무는 한라산 자락을 바라보며 한 잔 가득 부어 쭉 들이키면 속이 확 트인다.

입이 출출하거나 뱃속이 다소 헐렁할 때 이만한 먹을거리도 없다.

찹쌀, 맵쌀, 보리, 밀가루, 감자 등을 주원료로 만들어지는 막걸리는 생명현상과 관계 깊은 여러 효소를 간직하고 있는데다 알코올 도수가 낮고 비타민B 복합체, 단백질, 유기산 등 영양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좋은 막걸리란 어떤 맛일까.

단맛, 신맛, 쓴맛, 떫은맛이 잘 어울리고 감칠 맛과 시원한 맛이 있어야 한다고 전해진다.

걸쭉한 목 넘김과 은근히 취하는 느낌이 있어 매사를 낙천적으로 휘어잡게 하는 미덕도 지닌다고 한다.

농부들에겐 땀 흘려 일한 뒤 허기와 갈증을 덜어주는 농주(農酒)로서 제격이었다.

그런 점에서 막걸리는 술 이전에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상징하는 성인용 음료라 해도 무방할 터이다.

이렇듯 값이 싸고 몸에도 좋은 막걸리는 포근한 정이 가득 담겨있고 휴머니즘 또한 풋풋하게 피어오르게 하는 웰빙 먹을거리다.

▲요즘 막걸리의 변신이 한창이다.

고유한 맛과 운치를 살리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끌어당기기 위해서다.

제주지역에도 막걸리 시장에 신생업체가 야심 차게 도전장을 던졌다.

신생업체 관계자는 “제주 샘 막걸리는 입안에서 착 감기는 부드러운 맛과 함께 트림이 없고 많이 마셔도 다음날 머리가 아프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밝힌다.

다행히 ‘민족의 술’ 막걸리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 막걸리가 ‘맛코리(막걸리의 일본식 발음)라 불리며 남녀 직장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는 외신보도다. 도쿄(東京) 코리아타운 신오쿠보역 근처 식당엔 좌석 10개 중 7개가 막걸리를 마시는 손님이라고 한다.

막걸리 한 사발에 고향 친구들의 얼굴이 그립다.

<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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