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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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착잡한 심정이다.

지난 15일 광복절 63주년 기념행사는 결국 반쪽으로 끝났다.

여야와 시민사회 단체들은 정파와 이념에 따라 각기 저마다의 구호와 주장을 폈다. 국론분열의 현주소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국경일을 경축하는 날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발단은 1948년 8월 15일 이승만 정권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부터 ‘건국 60주년’의 의의를 강조하려는 정부. 여당측에 반해, 건국 기준을 1919년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로부터 삼아야 한다는 진보연대와 야3당측과의 논쟁에서 비롯됐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건국원년 논쟁은 우리사회의 대립과 갈등만 악화시킬 뿐이라는 점이다. 정부 수립 60년이 되고도 이 모양 이 꼴이다.

▲우리 사회엔 “어른이면 어른답게 하라”는 얘기가 있다. 나이는 많은 데 어른답지 못한 말과 행동을 질책하는 말이다.

철없이 굴지 말고 나이 값에 맞는 언행을 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정확한 나이 값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한다.

그저 자신을 가치 있게 하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터이다.

이와 관련 공자(孔子)는 말년에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志學),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고(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하면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從心所欲 不踰矩)”라고.

▲공자의 나이 값은 성인의 경지다.

범인(凡人)으로서 이루기엔 지극히 어렵다.

그럼에도 옛 어른들은 이를 몸과 마음의 목표를 삼으라고 했다.

보다 지혜롭고 참된 삶은 그러한 노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스스로의 언행은 정말 ‘나이 값 좀 제대로 하라’는 질책을 들어도 싸다.

나이 50중반을 앞두고서도 매사 주변 일에 혹하고 편협하기 일쑤다.

남의 말을 알아듣는 너그럽고 인내하는 긍정적 사고는 갈수록 좁아지고 시비 거리만 만들어 간다.

먹어가는 나이가 부끄럽고 두려움마저 중첩돼 옴을 느낀다.

‘나이 값 하라’고, 지금 남을 탓할 때가 아닌 것이다.<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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