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마타하리 사건 `충격'
한국판 마타하리 사건 `충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탈북자 위장 직파 여성 간첩 체포

공안당국에 체포돼 27일 기소된 북한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직파 간첩 원정화(34.여)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여성 스파이였던 마타하리를 연상케 한다.

매혹적인 외모의 여성 스파이였던 마타하리가 프랑스 국방장관과 외교관을 비롯해 고급장교 등을 대상으로 스파이 활동을 벌인 것처럼 원정화 역시 빼어난 미모로 군 장교와 교제하면서 간첩 활동을 벌였다.

◇보위부 포섭, 결혼, 국내 잠입 = 원정화는 남성들의 환심을 살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갖췄다는 게 공안당국 설명이다. 여기에 1989~1992년 북한에서 특수부대 남파공작 훈련을 받으며 `간첩'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그러나 훈련 도중 부상을 당해 제대한 뒤 마땅한 일거리가 없자 절도 등을 일삼으며 교화소(교도소)를 드나들며 6년간 전전하게 된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1998년 아연을 훔치게 되는데 이것이 보위부와 인연을 맺게 되는 계기가 됐다.

북한에서는 아연을 1kg만 절도해도 총살형에 처해지는데 그는 무려 5t을 절도하는 대담성을 보이다 적발됐다. 그러나 친척 도움으로 절도 사실은 무마됐고 대신 보위부 공작원으로 포섭된 것이다.

이후 활동무대를 중국으로 옮겨 1999년~2001년 연길과 훈춘 등 재중 보위부에서 탈북자와 남한 사업가 등 100여명을 납치하는데 관여했으며 2001년 10월 남한 침투 지령을 받고 조선족으로 위장해 국내 잠입에 성공하게 된다. 국내 침입을 위해 남한의 최모 씨와 결혼까지 했다.

국내에 들어온 뒤 우선 2001년 10월과 11월 경기 양주와 서울 등을 돌며 미군기지 6곳의 사진을 촬영해 북한에 넘겼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국정원에 탈북자로 위장 자수하며 자신에 대한 감시망을 이완시키도록 한 뒤 `위장 탈북자'로서의 간첩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게 된다.

◇북한지령 수행…테러 시도도 = 탈북자 신분이 된 원정화는 중국을 자유롭게 오가며 국내 상황을 재중 보위부에 보고하고 보위부로부터 각종 지령을 받는다.

그는 당국 감시를 피하기 위해 경기도에 무역회사를 설립한 뒤 수산물 무역 등을 하면서 중국을 자유롭게 오갔다.

2002년 10월부터 2006년 12월 총 14차례에 걸쳐 재중 보위부를 방문해 대북정보요원을 중국으로 유인하는 한편 남한 정보기관과 연계된 남한 사업가를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군부대 위치와 군장교 인적사항 파악부터 대북정보요원이었던 이모 씨와 김모 씨를 살해하고 군장교 포섭 후 군사기밀을 탐지하며 황장엽 씨와 탈북자들의 인적사항과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그는 이를 위해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소개받은 김모 소령과 교제하며 군사기밀을 빼내려 했고 탈북자단체 간부와 군정보요원 등을 통해 황 씨의 동향과 국가 주요시설의 위치를 파악해 보고했다.

심지어 지령에 따라 대북 정보요원들을 살해하려 기도했고 교제하던 김 소령도 중국으로 유인하려 하는 등 군인과 대북정보요원, 사업가 등을 해치려는 시도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북한도 오가며 탈북자 색출 지시를 받았고 2006년 9월~2007년 5월 50차례에 걸쳐 전국 군부대를 돌며 군 안보강연을 실시하며 "북한 핵은 자위용"이라는 등 북한의 주장을 동조하고 찬양하는 CD도 상영했다.

또 일본으로 건너간 탈북자의 위치를 파악하려 3차례에 걸쳐 일본을 다녀왔으며 일본에서의 활동을 감추려 일본 남자들과 교제도 시도했다.

◇ 꼬리 밟힌 원정화 = 공안 당국은 원정화가 일반적 탈북 여성과 달리 중국을 기반으로 대북 무역을 하고 있는데다 젊은 군 장교들과 잇따라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2005년부터 내사에 착수했다.

사업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2002∼2006년 무려 14차례나 중국을 제 집 드나들 듯 했다는 점이 공안 당국으로서는 특히 신경이 쓰이는 점이었다.

하지만 원정화는 북한에 보고를 할 때에도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예전의 전형적 간첩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이 때까지만 해도 당국은 그녀가 중국에서 100여명을 납치해 북송하는 데 관여한 공작원이란 것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당국은 수년에 걸친 은밀한 내사 끝에 원정화가 이메일을 이용해 북한 보위부에 남한의 군 관련 보고를 하는 것을 포착했고 이를 결정인 증거로 삼아 지난 7월 15일 그녀를 체포했다.

원정화는 심경의 변화를 느꼈는지 구속되기 직전 검사에게 자신이 북한 보위부의 남파 지령을 받고 위장 침투한 간첩이며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잡아들이는 공작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사건의 전모가 비로소 드러나게 됐다.

원정화는 남한의 대북 정보요원을 살해하라는 등 보위부가 내린 주요 명령을 성공적으로 따르지 못하자 북한이 자신을 살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집에 자물쇠를 4개나 설치하고 3년 전부터는 신경안정제까지 복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 간첩단 사건으로까지 번지나 = 공안 당국은 원정화의 양아버지이자 공작 상부선이었던 김모(63.구속)씨의 남한 내 행적에 대해서 추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평양 미술대 조각학과를 졸업한 예술 분야 엘리트인 김씨는 2006년 캄보디아를 통해 입국한 탈북자로 그 또한 북한에서 보위부의 공작원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도 원정화처럼 1999년 탈북한 뒤 지린성 옌지에서 무역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벌여오다 캄보디아를 거쳐 탈북한 터여서 당국은 그가 원정화 같은 공작원들과 추가로 접촉한 사실이 없는지 확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남는 의문점은 = 원정화를 파견한 북한 보위부의 기본 임무는 대남 공작이 아닌 방첩으로 알려져 있어 의문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원정화가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잡아들여 북송하는 데 관여하고 대북 정보요원을 납치했다고 자백한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함께 원씨가 북한에 보낸 남한의 군사기밀이라는 게 자신이 안보 강연을 다녔던 부대의 위치와 내부 구조, 각 부대 정훈.공보 장교들의 연락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추가로 기밀을 유출했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수사를 통해 가려져야 할 대목이다.

한편 원정화에 대한 공소사실 가운데 북한에 이메일 등으로 군 자료를 보낸 것 같은 몇몇 사실 외에는 원정화의 자백과 출입국 기록 등 정황에 기초한 것이 많아 향후 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릴 지에도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