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자연사랑 10일부터 '제주포구'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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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이 바다에 나갔다가 큰 바람을 만나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고, 주민들은 고단한 마음을 당에서 위무 받고, 반골기질 학자나 선비가 유배오고, 조정에 진상품을 올려 보내고….

예전 제주 섬에서는 일상사는 물론 대소사를 치르려면 반드시 ‘바다를 드나드는 목’인 포구를 거쳐야만 했다. 어선의 출발지이고 당의 소재지이며 유배인의 도착지이고 진상의 길목이었기에 포구는 곧 제주에서 삶의 시발점이자 갈림길이고 기다림과 설렘이 혼재된 무대였다.

▲ 판포 포구(엄수개).

개맛, 개창, 성창, 돈지, 축항이라고도 불렸던 제주포구의 인근엔 개나 원이란 바다 밭과 소금을 제조하던 소금밭까지 조성돼 있어, 삶의 터전 자체에 다름 아니었다. 전형적인 포구의 경우 안캐-중캐-밧캐 등 3중으로 구성돼 자연스레 물살을 죽이는, 지혜의 산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주포구는 해안도로의 개설로 목이 잘려나가고 증축과 개축으로 인해 거개 원형이 사라져버린 채 아련한 기억의 지도 안에만 존재하게 된 터에, 사진에 담긴 제주의 포구들이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자연사랑 미술관(표선면 가시리)에 선보이고 있다.

제주신문(현 제주일보) 사진부장을 역임한 자연사랑 미술관 서재철 대표가 1972~1980년에 촬영한 포구사진들이 전시된다. 제주전역 포구들이 망라된 가운데, 서 대표는 “포구 사진들이 점점 사라지는 옛 문화와 삶을 반추하는 징검다리 구실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와 함께 사진집 ‘기억 속의 제주포구’도 출간됐다. 서 대표의 포구작품 중 단행본 발표작과 미공개작이 한데 엮였고 제주대 강영봉 교수의 글도 함께 실렸다. 글엔 문헌 속의 포구, 제주포구의 구조와 축조, 포구의 시설과 이용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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