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오일장에 제주 소리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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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옥 명창 공연장 건립 내달 개관, 장날마다 공연

“시장에 온 도민들의 쉼터가 될 겁니다. 차 한 잔 마시면서 소리공연 보고 배울 수도 있고요.”

제주소리보존회장인 고성옥 명창(54)이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내 동쪽 주차장 진입로 변에 제주소리 공연장 겸 전수관을 건립했다. 약 600㎡ 부지에 면적 500여㎡, 객석200석 규모의 지하 공연장을 시설했고 지상엔 연건평 300㎡가량 3층 건물을 세워 이르면 내달 개관한다.

▲ 제주소리보존회가 '이어도 사나'를 연습하고 있다. 맨 왼쪽이 고성옥 명창.

이에 따라, 앞으로 오일장터엔 질펀한 제주소리가 울려 퍼진다. 장날마다 제주소리보존회 등이 30분씩 제주민요와 제주 춤 특별공연을 올리기 때문. 밭 볼리는 소리, 촐홍애기, 고레 고는 소리, 검질 매는 소리, 행상소리, 방애 찧는 소리, 몰방에소리, 지신밟기, 달구소리 ….

평소엔 제주소리 전수를 진행하다가 오일장이 서는 날엔 문을 활짝 열고 누구나 민요공연을 관람하고 배울 수 있는 자리로 탈바꿈하는 것.

고 명창은 “소리에 꼭 끌리지 않더라도 추위나 더위를 피하고 심심풀이로도 공연장을 방문해 차 한 잔 마시며 놀다 갈 수 있다”고 운영방향을 밝혔다. 특히 “하릴없는 노인들이 맘 편하게 노는 쉼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 명창은 12살 때 고 김옥심 명창의 회심곡을 들으며 소리에 빠져들었고 스물이 돼선 제주소리를 직접 부르기 시작했다.

스물여섯에 국악협회에 가입, 점차 활동영역을 넓혔고 서른아홉에 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해 명창칭호를 받았다. 제주민요단, 제주민요연구소 등을 꾸려오며 제주민요 음반 6집까지 냈고 올 봄엔 법인체인 제주소리보존회를 창립했다.

이젠 그녀의 소리사랑이 소리를 통한 봉사로 방향을 선회했다. “도민 사랑으로 명창까지 됐잖아요. 이젠 사랑을 돌려줘야죠. 제주소리로 봉사를 베풀고자 이번 공연장을 만든 거예요.”

이미 고 명창은 도내 양로원을 돌며 소리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그런데 이시돌양로원에서 만났던 노부부를 결코 잊을 수 없다. 할머니가 털어놓은 사연인즉슨, 아들이 신발신고 나갔다 하면 며느리의 구박과 등쌀이 끊임없이 계속돼 양로원에 들어오게 됐다고.

3년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26년간 모셨던 그녀는 눈물이 왈칵 솟았다. 그때 고 명창은 “자식 사랑이 그리운 노인들에게 딸이 돼 소리공연 들려주며 효심을 다 바치리라 다짐했다”고 했다.

그래서 고 명창은 젊은 사람들에게 제주소리를 가르칠 때면 노인들에게 소리봉사활동을 꼭 하라고 다짐 받는다. 또 훗날 공연장에 노인 요양원 성격을 가미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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