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圈, 美 확전 가능성 우려·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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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잇단 발언에 아랍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랍 언론과 정부 관리들은 미국이 이라크전을 새로운 전쟁의 도약대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시리아와 이란을 겨냥해 연일 경고성 발언을 내놓는 배경에 아랍권의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까지 가세해 시리아가 이라크를 지원할 경우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나섰다.

아랍 지도급 언론인들과 정부관리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전쟁이 이미 중동지역에 반미(反美) 연대를 확대시켰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미국이 이라크전쟁에서 거둔 `추악한 성과'에 고무돼 역내에서 다음 공격 목표를 찾아나설 가능성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 유력 일간지 알-곰후리아의 사미르 라갑 주필은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나온 미 정부 지도급 인사들의 위협적 발언은 미국의 역내 입지를 더욱 좁히는 부정적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특정 국가들에 위협을 가해 이들이 미국의 다음 공격 목표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침묵을 지키는 것이 좋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중동에 적대 진영만 넓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랍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랍어 일간지 알-하야트의 가산 샤르벨 부주필은 샤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경고 발언에 담긴 불순한 동기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대 이라크 군사지원 의혹을 매우 중대한 문제로 간주한다"는 모파즈 장관이 발언과 관련, 미국-시리아간 논쟁을 "분쟁"으로 비화시키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알제리의 압델아지즈 벨카뎀 외무장관은 미국의 대 시리아 경고가 중동 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누가 다음 위협 대상이 될 것이냐가 현단계에서 최대 관심"이라면서 "알제리는 (미국의) 위협과 협박을 받고있는 형제국 시리아에 전폭적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다른 국가로까지 확전시키려 할 경우 중동 전역에 파멸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사 총장은 이미 불신과 반목으로 분열된 아랍연맹을 전면 개편하거나 효율적인 지역 정치.안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가산 알-카티브 노동장관은 "민주주의는 탱크와 전투기로 심는 게 아니다"면서 힘의 절대우위를 앞세운 미국의 접근 방식은 역내 불안을 심화시키고 서방의 이익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아랍권에서는 지난 달 20일 이라크전 개전 이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반미, 반전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 전쟁도 이미 명분없는 무력과시라는 비난을 사고 있지만, 시리아와 다른 역내 국가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은 한계 수위를 넘어서는 도발로 간주되고 있다.

이라크 밖으로 불똥이 튀는 것은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의 경고대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아랍 언론들은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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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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