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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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훈(家訓)은 집안의 선대(先代)부터 도덕적 실천 기준으로 삼아온 가르침을 말한다.

당대(當代)의 부모가 자녀들에게 주는 깨우침을 일컫기도 한다.

한마디로 가정의 교훈(敎訓)인 것이다.

각급 교육현장에도 학교의 교육이념을 간명하게 표현한 교훈(校訓)이 있다.

이들의 학급 교실에 내걸려 있는 급훈(級訓)도 마찬가지다.

급훈은 그 학급에서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한 가르침이다.

학생들이 1년 내내 가슴에 새겨야할 일종의 덕목인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솔직히 말하면 그 많던 급훈과 교훈 가운데 제대로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다. 다만, 예전 급훈에는 ‘정직, 근면, 성실, 봉사’,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와 같은 명심보감 성격이 많았던 것은 분명하다.

▲최근 제주도의회 강무중 의원이 도내 초·중·고의 급훈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대부분은 학급 구성원들의 생활실천을 다짐하는 급훈들이었다고 한다.

‘무엇이든 열심히, 자신 있게’, ‘사랑하는 우리, 밝게 웃는 우리’, ‘머리에는 지혜를, 얼굴에는 미소를, 두 손에는 책을’ 등의 급훈은 아름답고 멋져 보인다.

하지만 일부는 비교육적이거나 유행을 따라 튀고 희화화(戱畵化)한 것들이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테면 ‘공부해야 밥 준다’, ‘급훈 보냐? 칠판 봐라!’, ‘엄마가 보고 있다’는 등의 식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는 급훈은 섬뜩하고 살벌한 느낌이다.

▲과거의 급훈은 진지하고 철학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런 급훈들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최근엔 명심보감 같은 급훈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은 기발한 아이디어로서 재치가 번득이지만 내면적으론 입시경쟁에 찌들려 있는 세태와 시대상을 반영한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무척이나 느껴진다.

하지만 급훈은 학생 개개인의 인성교육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교육덕목이다.

비록 학생들이 자율적인 협의를 거쳐 정한다 하더라도 급훈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인식이 필요하다.

그 것은 예전처럼 딱딱하지 않으면서, 미래 희망의 꿈을 키우는 실천적인 다짐들이었으면 좋겠다.

<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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