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등 "비상 상황..1,500원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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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3거래일 새 130원 폭등하면서 외환시장이 패닉(심리적 공황)에 빠졌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외화유동성 부족과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로 환율이 하루 50원씩 폭등하고 있어 시장 내 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으면 단기간에 1,500원대를 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환율 급등이 외환위기 때처럼 국내 문제가 아닌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에 따른 것이어서 환란으로 추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시장 패닉이 심화되면 국내 위기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일시적이나마 환율 상승폭을 제한하는 등 행정적 조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 외환시장 패닉..1,500원 가나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1,350원까지 치솟은 뒤 10시50분 현재 전날보다 71.00원 폭등한 1,3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이 현 수준으로 거래를 마치면 2001년 4월6일 이후 7년 6개월 만에 1,340원대로 상승하게 된다.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면서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달러화에 대한 매수세가 폭주하고 있다. 전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4년 만에 10,000선 아래로 폭락했으며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핵심지수 FTSE100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구제금융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대외 불안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환율이 1,500원을 향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33조 원 가량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고 지난달까지 9개월간 무역수지가 142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외화 공급이 부족한 데다 외환당국도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적자 문제와 수출 중소기업, 외화자금시장 지원 등으로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개입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공포감이 진정되지 않는 한 환율 오름세가 지속될 수 있어 1,50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외환위기와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최근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우리나라의 경제 침체와 정부의 외환관리 부실에 따른 것이지만 최근 환율 급등은 미국 금융회사들의 부실에 따른 세계적 신용경색의 영향이란 설명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윤덕룡 선임연구위원은 "1997년에는 자본시장을 자유화하면서 위험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해 가용 외환보유액이 100억 달러도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며 "현재 달러 부족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다 같이 겪는 문제"라고 말했다.

다음 달 중순 이후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미국의 구제금융 정책이 본격 가동되면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도 "IMF 당시에는 아시아시장이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특정 지역이 아닌 세계 시장 전체의 문제"라며 "IMF 때와 비교해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비율과 현금확보율, 이자보상비율,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차입 등 지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이나 기업과 금융기관의 재무구조 등이 11년 전보다 탄탄해 위기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불안심리 해소가 관건.."변동폭 제한 등 검토해야"
그러나 외환시장의 불안심리가 극에 달하면 위기를 자초할 가능성도 있다.

환율이 단기 폭등하는 양상이 지속될 경우 원화 투매 현상이 나타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28일 1,006.00원 이후 원.달러 환율의 두 달간 상승폭은 330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등 외환시장 불안심리를 다잡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IMF 때와 같은 고금리 고환율, 내수긴축 강요 등 극약처방은 내릴 수가 없다"며 "국내적으로도 주택경기와 같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단기유동성 공급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국제사회와 공조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철희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국내외 요인에 의한 원.달러 환율 상승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달러화 매도 개입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은행이나 수출입 은행 등 공기업을 통한 달러차입을 늘려 수급 문제를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원.달러 환율의 불안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위기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도록 일시적인 환율 상승폭 제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문제를 시장에 맡겨뒀다가 뒤늦게 대규모 구제금융 안을 마련한 미국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고 증시의 사이드카와 같은 선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덕룡 선임연구위원은 "환율의 이상 급등은 외환시장 구조의 문제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장 참가기관을 늘리고 유로화와 엔화 등의 거래를 허용해 원.달러 환율이 엔화와 유로화 강세 등 국제 금융시장의 기조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외환보유액을 쏟아붓는 매도 개입을 지속하기 보다는 시장 실패를 인정하고 환율 변동폭 제한 등의 조치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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