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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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은 죽을 지경이다.

아무 생각 없이 미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요즘 미국을 보면 마음이 아프겠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지구촌에서 갖고 있던 초강대국의 지위를 이미 잃어버렸다고 얘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때문에 현재 미국의 처지에 대해 동정하는 나라도 드물다.

실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가 원인이 된 미국 금융위기에서도 미국을 동정하기는커녕 조롱하는 나라들까지 있다.

중도우파이면서 친미주의자인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한 긴급 대국민 연설에서“현재 글로벌 경제 위기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민주주의와 시장주의만이 인류의 대안이라는 믿음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자유방임주의와 시장만능주의는 끝났다”고 말했다.

독일의 메르켈총리도 최근 자국의 자동차 제조사 폴크스바겐의 보호에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다.

국가개입을 최소화하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동네북이 됐다. 또한 미국은 그토록 맹신하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았다.

미국의 금융위기 도움 요청에 브라질의 한 투자은행 인사는 “브라질은 위기에서 많이 떨어진 안전한 곳에 있다”고 하는가 하면 쿠웨이트 투자청의 한 인사는 “외국은행을 구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 나라 중앙은행의 몫”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 뿐인가.

1990년 말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말레이시아 총리였던 마하티르는 “미국과 IMF는 구제금융으로 부실기업을 살려선 안된다고 압박해놓고 지금 자기네 한테 문제가 생기니까 구제 금융으로 수많은 은행과 모기지 회사를 살리고 있다”면서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비난했다. 이러한 지구촌 여러 나라의 태도에는 부시 행정부가 대외관계에 있어서 요즘 비속어로 ‘삽질’을 한 영향이 크다.

군사 분야에서도 미국의 추락이 눈에 보인다. 미군이 현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죽 쑤고 있는 것은 지구촌 동네 꼬마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는 사이 미국이 보기에는 만만한 국가들이 미국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다.

미국에게 미운 털이 박힌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인 나라다.

미국이 전투기 부품 등을 팔지 않겠다고 하자 베네수엘라 차베스대통령은 “러시아산이나 중국산 전투기를 사면 된다”고 비꼰 바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 푸틴총리로부터 “두 나라가 핵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선물을 받았다. 또한 베네수엘라가 러시아제 무기를 살 수 있도록 러시아가 10억 달러 상당의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선물도 챙겼다. 베네수엘라 하나 좌지우지 못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미칠 노릇이다.

핵 문제와 관련, 미국이 이란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뜻에도 러시아는 반대하고 있다.

또한 요즘 중국의 무기개발도 눈에 띄게 발달하고 있어 군사적으로 미국을 견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촌은 이미 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 중국 등 다극화체제로 돌아선 듯 보인다.

‘아직도 미국은 견제 국가가 없는 초강대국’이라는 말은 사실 철 지난 유행가가 됐다. 그렇다고 과거 초강대국의 미국을 그리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옛날 라디오를 산다고 그 속에서 옛날 노래가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을 보면 산소 호흡기를 낀 채 길가에 쓰러져 있는 코끼리가 생각난다. <박상섭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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