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혼수풍속도
新혼수풍속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국혼정례(國婚定例)는 18세기 조선 왕실의 혼례에 관한 규정을 정한 책이다.

이 책은 당시 혼례풍습이 워낙 사치스럽고 국력 낭비가 심한 것을 우려한 영조 임금이 암행어사로 잘 알려진 박문수(朴文秀) 등에게 명하여 궁중 혼수를 줄여 쓰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에 따르면 왕은 왕비를 맞을 때 처가가 될 집에 예물을 보냈다. ‘꽃무늬를 새긴 은 50냥, 대홍색. 초록색 명주 각 16필, 목화 10근, 당주홍 칠을 한 상 1좌…’ 등이다.

오늘날로 말하면 함 속에 들어가는 예물들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보면 무척 검소해 보인다. 하지만 당시 돈의 가치 등을 따지면 결코 소박하지 않다고 한다.

‘은 50냥’ 만해도 엽전 1000∼2000냥의 가치가 있었고, 한양의 쌀 한 가마니 값이 엽전 5냥 정도였으니 곳간에 200∼400 가마니의 쌀을 쟁여둘 수 있는 금액이었다는 것이다.

▲함은 우리나라 전통혼례에서 빠지는 않는다.

보내는 신랑 집이나 받는 신부 집이나 혼례 함에 정성을 담고 예의를 깍듯이 한다. 복을 담은 신성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가끔은 예절도 염치도 없는 짓거리로 참변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함 값 시비가 바로 그 것이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함 값이 너무 적었다는 남편과 다투던 신부가 첫날 밤 호텔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이쯤 되면 사랑하는 남녀의 결혼인지, 사람과 혼수(婚需)의 결혼인지 예사롭지가 않다.

함 값은 함진아비 일행들의 2차 술값에 불과할 뿐인데 말이다.

▲이달 초 서울 현대백화점이 혼수관련 영업담당자들의 의견을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정리한 ‘예비부부들의 혼수품 준비전략’은 눈길을 끈다.

먼저 무임승가(無賃乘家) 형이다.

신혼집 걱정은 물론 육아문제까지 해결하려고 부모 집에 얹혀살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혼수로 부모님을 위한 안마의자, 돌 침대 등을 구매한다.

십시일반(十匙一飯) 형은 친구들의 축의금 대신 전기밥솥, 스탠드와 같은 소형 가전제품이나 인테리어 용품을 혼수로 마련하는 경우다.

재(財) 테크를 고려해 미술품 등을 혼수목록에 넣는 고진감래(苦盡甘來) 형도 있다.

바야흐로 결혼시즌이 돌아왔다.

예비부부들의 신(新) 혼수풍속도를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김범훈 논설위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