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외면 자초하고 있다”
"소비자 외면 자초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가락동 르포(上)…극조생 노지감귤 강제착색 출하 수두룩

“올해는 사과와 배, 감 등이 모두 풍작인 데다 맛도 좋아 감귤 가격 전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강제착색한 감귤을 소비자들에게 들이대면 소비자들은 외면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올해산 노지감귤에 대한 경매가 두 번째 이뤄진 지난 17일 새벽 2시 전국 공영도매시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서울 가락동 농산물 도매시장.

첫 출하일에 맞춰 판촉활동에 나선 제주특별자치도 강성근 친환경농축산국장과 강희철 (사)제주감귤협의회장, 강성률 농협 제주본부 부본부장, 김기훈 제주감귤농협 조합장 등이 중도매인들에게 “올해산 노지감귤은 생산량이 감소한 반면 맛은 좋다”며 좋은 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중도매인들의 반응은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출하 초기 고질병인 강제착색 감귤이 나무 많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만난 중도매인 임기식씨는 “올해는 강제착색 감귤을 근절시키기 위해 산지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들었는데, 막상 시장에 출하된 감귤을 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강제착색 감귤이 많다”고 불만을 털어왔다.

임씨는 이어 “문제는 감귤이 아니라 다른 과일에 있다”면서 “현재 사과와 배, 반시 등의 출하량이 여전히 많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다음달에는 딸기가 나올 경우 현재의 감귤 품질로는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씨의 말처럼 이날 가락동 도매시장에는 두 번째 경매라고 하기에는 무색할 정도로 강제착색 감귤이 너무 많았다.
첫 출하일에 맞춰 15일에 일찍 출하해 16일 새벽 이뤄진 경매에서는 더 많은 강제착색 감귤이 상장됐다는 것이 중도매인들이 전언이다. 상인들이 출하한 감귤이 많을수록 이 같은 현상은 많다고 중도매인들은 입을 모았다.

20년째 이 곳에서 중도매인을 하고 있는 김범영씨(48)는 “강제착색은 모두 하지 말아야 한다. 일부만 강제착색 감귤 근절에 동참해서는 절대 안된다”면서 “이런 착색 감귤은 3일만 지나면 모두 썩어 버린다”고 말했다.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유삼재 회장은 “오늘 상장된 감귤의 50%는 강제착색이 이뤄졌다”면서 “강제착색 감귤이 1~2%만 돼도 도매시장에서 격리가 가능하지만, 오늘처럼 절반 가량에 이르면 도매시장에서도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유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이 매년 반복되면 감귤 가격만 떨어지고, 이미지도 실추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유 회장은 특히 “공영 도매시장이 이 정도면 중소형 도시의 유사 도매시장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라면서 “감귤 거래질서를 완전 뒤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의 우려처럼 이날 경락가는 감귤의 품질상태를 그대로 반영했다.

10㎏상자당 최고 2만 4000원짜리 상품도 있는 반면 최상급 규격인 4번과임에도 불구하고 5000원에 경락된 감귤도 나왔다. 강제착색이 화근이었다.

이날 가락동 농협공판장 등 5개 도매법인에 상장된 감귤은 221t으로 전날보다 다소 줄었다.

그러나 평균 경락가는 10㎏상자당 1만 3300원으로 전날의 1만 5200원보다 13%나 하락했다. 또 지난해 같은 날 1만 4200원에 비해서도 6.3%정도 낮은 가격이다.

이날 형성된 10㎏ 상자당 평균가격 1만 3300원에서 출하에 드는 비용 3650원을 빼면 농가수취가는 9650원이다. 이는 ㎏당 984원(3.75㎏(1관)당 3691원)이 되며, 극조생 출하 초기임을 감안하면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고 제주도 당국은 평가했다.

그러나 조생감귤이 본격 출하되는 다음달 중순까지 한 달 가량은 극조생 감귤이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만나야 한다. 출하초기처럼 강제착색 감귤이 판을 치면서 소비자들에게 불신을 주면 가격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생산량이 감소해 기대가 큰 올해 감귤시장의 첫 반응은 냉담하다. “강제착색 등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으면 과태료로는 부족한 것 같다. 사법적인 방법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비시장의 우려를 생산지에서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