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고혈압 환자·대동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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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느낌이 창가로 전해오는 계절이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더위와 추위에 대한 적응기에 해당하는 봄과 가을이라는 계절은 느낄 새도 없이 지나가고 오로지 여름과 겨울만 반복되는 느낌이다. 또한 고령사회로의 진입과 흡연인구, 당뇨병 환자의 증가는 높은 스트레스를 요구하는 사회분위기와 더불어 고혈압 환자의 수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이젠 주변에서 혈압약을 먹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요즈음 직장 내 풍경이 되어버렸다.

매년 요맘때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오면 흉부외과 의사는 대동맥환자가 또 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추위를 느끼면 우리 몸은 체온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말초 혈관들을 수축시킨다. 이러한 수축은 혈관의 전반적인 저항의 증가로 나타나 혈압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평소 혈압이 잘 조절되던 환자들은 대부분 문제없으나 혈압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는 환자나, 가정과 사회 속에서 여러 가지 갈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환자, 변비가 있어 화장실에서 힘을 쓰는 환자, 기타 동맥벽이 약한 결체조직 질환을 갖는 환자들은 추위라는 새로운 변수를 만나면 조절안되는 고혈압 상태에 이르게 되고 결과적으로 심장에서 뿜어내는 피를 온몸으로 이송해주는 상수도의 파이프에 해당하는 대동맥이 문제를 일으키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대동맥 질환 중에서 신속하게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 두 가지를 소개하면 대동맥의 내막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증과 대동맥의 벽속에 피가 고이는 대동맥벽내 혈종증을 들 수 있다. 두 가지 질환 모두 고혈압 환자에서 대부분 발생하는 질환으로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며 사망률도 매우 높기로 악명이 높다. 증상으로는 두 질환 모두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했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문제가 생긴 대동맥의 위치에 따라 앞가슴에서 시작해서 등으로 뻗치거나 혹은 등의 중앙부위에서 시작해서 앞가슴 혹은 복부로 뻗쳐가는 특징이 있다. 통증의 강도가 너무나 극심하므로 고혈압 환자가 가슴, 등, 복부에 극심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으면 쉽게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이다.

먼저, 대동맥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증의 경우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50대의 고혈압 환자이다. 문제는 환자의 절반 정도는 병원까지 못 오고 집에서 혹은 병원으로 오는 도중에 사망한다는 것이다. 병원에 무사히 도착한 경우도 CT촬영을 해서 대동맥 중에서도 상행 대동맥이 찢어진 경우는 곧바로 응급수술이 이루어져야만 살 수가 있는 질환이다. 병원도착부터 수술실까지 이동해서 마취를 하는 동안에도 찢어진 대동맥이 파열되면 그 순간 바로 사망하며 다행히 수술이 무사히 이루어져도 여러 가지 수술 후 합병증으로 수술사망률이 20%로 알려진 무서운 질환이다. 상행대동맥이 찢어지지 않고 다른 부위가 찢어진 경우는 혈압을 엄격하게 조절하는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중환자실에서 2주간 혈압이 오르지 못하도록 항고혈압 약물을 주사하면서 조절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조절이 안되거나 약물치료 중 대동맥이 파열되거나 상행대동맥으로 찢어진 부위가 확대되면 또한 응급수술을 해야만 목숨을 건질 기회를 갖을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로 대동맥벽내 혈종증은 대동맥의 내막은 괜찮은데 대동맥의 벽속에 피가 질환이다. 연령은 대동맥박리증보다 높아 60대가 주로 많으나 증상은 대동맥 박리증과 유사하다. 상행대동맥을 침범한 경우는 수술을 하는 경우와 약물치료를 하는 경우 모두 결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통증이 조절 안되거나 심낭에 피가 고이는 경우에서는 수술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외의 경우에는 중환자실에서 엄격한 혈압조절이 치료의 원칙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계절이 오면 고혈압 환자들은 보온에 누구보다 더 철저해져야 할 것이다. 고혈압 약물은 반드시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할 것이며 가족이나 친구와의 다툼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피하고, 변비가 있으면 변비약을 반드시 복용해야 하며 과도한 음주로 인한 혈압의 급격한 변화를 피해야 할 것이다. 평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던 환자라도 운동량을 줄이고 찬바람에 노출될 때 몸이 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방한은 필수이다. 위험을 알면 대처하기가 편하다. 아무도 자신의 건강은 대신 챙겨주지 못한다. 본인이 고혈압이 있으면 자기 스스로 자신의 대동맥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찢어지면 험악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광리 의학박사·제주한라병원 흉부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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