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찻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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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998년 전후로 기억한다. 당시 북제주군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오름에 이름표를 달아주자는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까?” 라고 물었다.

1996년 본지 창간특집 ‘오름 사랑 캠페인’으로 기획한 것을 말함이다.

그 뒤 북제주군은 1999년부터 도내서는 처음으로 구좌읍 다랑쉬 오름 등을 시작으로 오름 사랑 이름표인 표지석을 설치해 나갔다.

오름 이름의 유래와 식생 특징 등을 정확히 알림으로써 오름의 가치와 보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함이다.

솔직히 말해 도내 천혜의 자연보존 및 활용에 관한 북제주군의 마인드는 당시 제주도와 4개 시·군 가운데 단연 으뜸이었다.

▲자타가 인정하듯이 제주는 오름 왕국이다.

한라산을 정점으로 도 전역에 걸쳐 봉긋봉긋하게 솟은 368개 오름은 그야말로 생태계의 보고(寶庫)요, 제마다 독특한 자연경관은 세계적인 호평을 받고도 남는다.

일례로 2004년 4월 제주에서 열린 제53차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총회는 제주의 오름을 ‘OREUM’이란 영문으로 고유명사화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자원으로 공식인정 했다.

그럼에도 작금의 현실은 오름 훼손정도가 우려를 넘는다.

매주 오름 인구만 해도 3만 여명에 달한다.

일부 유명 오름에는 수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탐방객들이 몰린다. 여가선용과 건강증진에 밀려 오름은 갈수록 파헤쳐지고 속살이 벌겋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빠르면 오는 11월 중순부터 오름 입산이 금지되는 휴식년제가 실시된다.

첫 대상은 조천읍 교래리 물찻오름과 안덕면 동광리 도너니오름 등 2곳이다.

제주도가 주민 1200명 설문조사와 환경단체 등 전문가의 현장 진단을 거친 결과다.

그만큼 오름 훼손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바라건대 이번 조치가 오름 보호를 위한 모범적인 선례가 됐으면 한다.

그런 마음을 담아 지난 토요일 좋아하는 분과 함께 물찻오름에 다녀왔다.

오름 찾아 가는 길, 보석처럼 빛을 내는 천남성과 서서히 단풍들기 시작하는 난대성 활엽수림의 숲길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래도 압권은 오름 산정화구호(山頂火口湖)와 울창한 원시림, 1㎞ 남짓한 정상 등성이 한바퀴에 펼쳐지는 제주의 광활함이다.

비록 길지 않은 1년이지만 물찻오름의 원기회복을 기원한다.<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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