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왕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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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려움을 얘기할 때 고(苦)라는 한자어를 동원한다. 그 어려움이 심하면 2중고(重苦)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3중고가 우리 사회에 일상화돼버렸다.

이제는 5중고가 새롭게 등장한다.
며칠 전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5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5중고란 이라크전쟁, 북한 핵 위기, 국가신용등급 하향 움직임, SK글로벌 충격, 신용카드 부채를 일컫는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둘러싼 악재가 어디 이뿐인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고율 보복관세로 촉발된 대미 통상 마찰, 동남아 괴질 쇼크, 누적되는 무역적자, 오르기만 하는 물가, 떨어지기만 하는 주가 등이 물리고 물린다.
10중고라 하여도 이상할 게 없는 우리 경제 현실이다.

▲기업들은 꽉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사활을 건 전략을 구사 중이다.

우선, 신뢰 마케팅이 돋보인다. 예전처럼 일단 팔고 보자는 식으로 좋은 점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때론 약점도 과감히 공개한다. 문제 있는 물건을 팔았을 때는 바로 잘못을 시인하며 시정하고 있다. 손님을 왕처럼 모시며 믿음을 파는 마케팅인 것이다.

이와 함께 ‘크레이지 마케팅(crazy marketing)’도 열기를 뿜고 있다. 초대형 부동산이 경품으로 등장한다. 10~20% 할인은 저리 가라며, 무이자 할부도 다시 등장한다. 미쳤다는 표현 그대로 자극적인 구매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유통업계와 제조업계가 도입했던 전략으로 ‘튀는 마케팅’이다.

▲그러나 서민들은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신용불량자들의 교육현장에선 돈이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뜯어고친다.

이를테면 살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사는 ‘명품족’, 우울하거나 의기소침할 때 더 많은 돈을 쓰는 ‘쇼핑족’, 부족한 것을 보상받기 위해 소비하는 ‘허풍족’ 등을 추방할 것을 권고한다.

불경기시대 과시성 소비는 천길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성년을 넘어선 사람들에겐 부질없는 환상을 떨쳐버릴 것을 주문한다.
‘나도 왕년에는…’하며 끗발 좋던 시절을 들먹이는 식의 미련일랑 벗어던지라고 한다.

과연 우리는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신선놀음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잘 나갈 때 고(苦)와 고(孤)를 늘 잊지 말라 했다. 이 말이 왜 이제서야 떠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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