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10월’에 드리운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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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잔인하다. 어느 외국의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말했지만, 2008년 10월 한국사회 역시 그러한 달로 기억될 것이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이 달에 흥겨운 결실의 노래는 들리지 않고, 어둡고 우울한 그림자들이 짙게 드리웠다.

자고 나면 들리는 침체, 폭락, 패닉(공황), 투매라는 뉴스들도 이젠 너무 자주 들어서 무감각해진 느낌이다. 최악의 금융위기에 투자자들은 새파랗게 질렸고, 그들은 이미 반 토막이 난 원금을 보면서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새삼 경제 국경이 없어졌음을 실감케 하는 요즈음이다. 미국발 신용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놓았고, 예외 없이 제주의 경제주체들의 고통도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주식시장의 폭락과 환율 급등으로 금융시장의 혼돈이 이어지면서, 10여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악몽이 다시 우리 사회를 엄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기업 300여 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79%가 IMF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하거나(42.5) 더 어렵다(36.4%)고 밝혔다. 이쯤 되면 ‘심리적 IMF’ 상황이나 다름 없다.

이처럼 악화되는 경제 환경에서 더더욱 절박하게 압박을 받는 건 서민들이다. 이제 서민경제의 불황 지표인 소주 소비량과 로또 판매량은 늘어날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노숙자의 숫자도 증가할 것이다. 경제 하나 만큼은 살리겠다는 새 정부의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고, 패닉의 단어들만 꼬리를 물고 있다.

10월엔 금융에만 패닉이 있었던 게 아니다. 사회적으로도 무척 어두웠다. 벽두에 터진 유명 연애인의 자살 사건이 큰 파장을 던졌다. 20여 년간 시대의 연인으로 불리던 톱 탤런트가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은 크게 놀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른바 끔찍한‘묻지마 살인’소식에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세상이 자기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묵던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놀라서 뛰어나오는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던 중국 동포 여성 등 6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패닉은 들녘에도 있었다. 정치인·고위공무원, 강남의 땅부자 등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쌀 직불금을 부당하게 수령해 가뜩이나 심란한 농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더해주고 그들의 멍든 가슴을 시꺼멓게 만들고 있어서다.

이래 저래 필부들의 마음이 고단하고 심란한 10월이었다. 그 나마 가을야구(한국시리즈)를 보는 낙으로 심리적 공허감을 달랜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최근의 ‘경제 혹서기’도 분명히 끝은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불황을 푸념하면서도 언젠가 돌아올 호황기의 결실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 시작이 새로운 달, 11월이면 하는 바램이다. 그런 이유에선지 ‘패닉의 10월’은 어서 가라고 외치고 싶다.<오택진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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