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사장' 눈총에도 `비자금 조성'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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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취임 당시 여권 실세의 고교 후배인 탓에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켰던 한국교직원공제회 소유의 골프장 전 대표가 취임과 동시에 비자금 조성에 혈안이었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왔다.

6일 교원공제회의 부실 투자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대형 건설업체에서 퇴직한 뒤 철강 자재 대리점을 운영하던 한모(53) 씨는 2005년 2월 교원공제회의 자회사로 경기 S골프장을 조성ㆍ운영하는 교원나라레저개발의 대표로 취임했다.

한 씨는 당시 여권 실세로 통했던 L 씨의 고교 후배여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낙하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처럼 회사 밖에서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는데도 한 씨는 취임하자마자 대표가 사사로이 쓸 돈이 부족하다며 부하 직원들을 채근하기 시작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러던 차에 교원나라레저개발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는 중소 건설사 S사가 그의 표적이 됐다는 것이다.

골프장 토목공사 일부를 맡고 있던 S사는 애초 흙 지대로 예상됐던 공구에서 암반이 나오자 한 씨가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공사비를 27억원 가량 증액해달라고 요구하던 터였다.

검찰은 한 씨가 한 일식당에서 S사 대표를 따로 만나 "감리업체에 검사를 의뢰하지 않고 공사비를 증액시켜 주겠으니 늘어나는 금액의 10%를 사례비로 달라"고 요구했고, 부하 직원을 통해 S사가 보낸 1억원이 든 현금 가방을 건네받은 뒤 이사회를 소집해 추가 공사비를 승인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용역개발비를 부풀리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한 씨의 지시를 받은 박모 전무는 2005년 8월 골프장 조성 사업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 용역보고서를 D엔지니어링에 맡기면서 용역비가 2억3천만원이면 되는데도 이를 6억4천만원으로 부풀렸다.

D엔지니어링은 답례로 2억2천만원을 교원나라레저개발에 되돌려줬고 한 씨는 이 중 6천만원을 빼내 밀린 술집 외상값을 갚는 등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취임 1년도 안 돼 수억원의 비자금을 만들고도 한 씨는 "인사할 곳이 많은데 쓸 돈이 없다"며 부하 직원들을 또 채근해 예비비로 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수백만원 씩의 성과급을 준 것처럼 분식회계를 한 뒤 이들로부터 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1천565만원을 추가로 조성해 개인적으로 썼다고 검찰은 전했다.

한 씨는 검찰 조사에서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쓴 게 아니라 골프장을 찾아온 손님들을 위한 접대비로 썼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날 구속된 한 씨가 비자금을 철저히 현금으로 조성했고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그가 제3자에게 돈을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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