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꾼 꿈 묻지 말라”
“간밤에 꾼 꿈 묻지 말라”
  • 김범훈 기자
  • 승인 200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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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국만큼이나 교육 열기가 높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고3생들도 가오카오(高考)라 불리는 대입수능시험을 봐야 한다.

대학들은 내신 성적 없이 100% 수능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그러니 응시 규모 1000만 명의 중국 수능은 가히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다.

수능 시기는 보통 6월이나 7월 찜통더위가 한창일 때 치러진다.

중국 대학들이 9월에 신학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입시 한파(寒波)’가 있듯이 중국에 ‘입시 폭서(暴暑)’가 등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상당수 학생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시험 3, 4일전부터는 머리를 감지 않는다.

무덥다고 머리를 감으면 그동안 공부한 것들이 머리 속을 빠져나가버린다는 미신을 믿어서라고 한다.

▲수험생 금기(禁忌) 사항은 우리나라도 동서고금을 통해 뒤지지 않는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보려던 선비한테도 금기가 있었다.

요즘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및 취업 고시생도 마찬가지다.

수험생을 자식으로 둔 부모 역시 그냥 앉아있지 않는다.

음식의 경우만 해도 미역국과 미끌미끌한 장어요리 근처에도 가지 않는 식이다.

흔히들 한국사회를 말한 때 사람은 두 번 태어난다고 한다.

한번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날 때다.

다른 한번은 수능 결과에 따라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만큼 수능이 인생의 진로를 크게 좌우한다는 얘기다.

이 말은 결국 우리의 서글픈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2009학년도 수능이 오는 13일 전국 동시에 치러진다.

이맘때 학부모들은 ‘수험생 자식에게 해서는 안 될 다섯 가지’를 뜻하는 ‘오불심요(五不心要)’를 새겨듣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첫째가 간밤에 꾼 꿈 내용을 묻지 말라고 한다. 둘째는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신에게 축원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셋째는 새 옷을 입혀 시험장에 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또 넷째는 필기도구를 새 것으로 바꾸지 말며, 다섯째는 부모형제가 시험장까지 따라가지 말라는 것이다.

수험생에게 요행도, 부담도 주지 말며, 신체의 리듬도 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수험생의 심리를 냉철하게 간파하고 배려하는 옛 어른들의 지혜가 새삼 돋보인다.`

<김범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