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도입 4년만에 사실상 '불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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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못'인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가 13일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선고로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하게 됐다.

더구나 부과기준의 대폭 상향 등 정부의 종부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에서 헌재가 이날 종부세법의 세대 합산 규정 등 핵심조항에 '위헌' 딱지를 붙이면서 '어느 역사에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세금'(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네 번째 시행을 눈앞에 두고 실질적으로 기능을 잃게됐다.

◇ 2005년 시작된 '대못박기'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걸쳐 'IT(정보기술) 거품' 붕괴로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하자 각국은 저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해왔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마구 풀린 돈은 결국 세계적 자산가격 인플레를 불러왔다.

우리나라 역시 김대중 정부 후반부터 이런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유세를 획기적으로 늘려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 이 무렵이었다.

참여정부는 2003년 1월 '1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포함시키면서 여기에 '부동산 세제개편과 투기방지'를 집어넣어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늘릴 것임을 예고했다.

이 해 5월23일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과다보유자 5만∼10만명에 대해 인별과세 체제를 도입해 재산보유액에 따라 세부담이 누진적으로 늘어나도록 부동산세제를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공개 천명했다.

그리고 이로부터 3개월 가량 뒤에 '종합부동산세'라는 이름의 새로운 세금이 공식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재산세, 종합토지세와 별도로 국세인 종부세를 만들어 별도의 세금을 2005년부터 물린다는 것이었다.


◇ 시작은 9억원 이상-인별 합산
종부세 시행방침이 확정 발표됐던 2003년 10월29일만 해도 정부는 종부세 과세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치면서 이 세금의 '공격목표'가 소유자가 직접 살지 않는 주택, 즉 집값 안정을 위한 다주택 소유자 압박용 카드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법 도입 과정에서 이런 흐름은 달라졌다.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제 아무리 1세대 1주택의 실수요자라도 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쪽으로 수정된 것이다.

그러나 첫 시행된 2005년만 해도 사회적 반발기류는 정부의 걱정보다 크지 않았다. 당시만해도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이 많지 않은데다 과표 적용률을 단계적으로 높여 결국 100%로 만들겠다는 방침은 '먼 훗날'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일반 국민의 부담 체감도가 낮은 탓이었다.

부과기준이 세대별 기준이 아닌 사람 기준(인별 합산)이어서 상대적으로 피할 여지가 많았다는 점도 한 요인이었다.


◇ 대상 6억 인하에 '세금 폭탄론' 확산
'10.29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는 여전했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 초점은 여전히 '돈줄 죄기'보다는 '세금'에 잡혀있었다. 이런 기조는 정부 스스로 부동산 대책의 결정판이라고 자평한 2005년의 이른바 '8.31 대책'에서 절정을 이뤘다.

종부세 부과대상을 2006년부터 공시가 6억원으로 대폭 낮추고 세대별 합산을 도입해 서울 강남이나 신도시의 30평형선 아파트까지 모두 과세대상에 집어넣었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주장해온 쪽은 환영하고 나섰지만 반대로 이 무렵부터 '세금폭탄론'이 힘을 얻으면서 아파트 단지에 종부세 납부거부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소송 등 종부세에 대한 조세저항도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세계적 인플레 탓에 오래 전부터 살아온 집 한 채가 저절로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부담능력을 넘는 세금을 매기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문과 부동산 폭등의 근본원인인 마구 풀린 돈줄은 내버려두고 세금만 올리면 집값이 잡히느냐는 지적도 대두됐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중파 방송에 나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서 기분 좋은 사람들이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종부세 효과를 자신했고 김병준 당시 대통령 정책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정책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 시행 4년만에 사실상 '불능화'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종부세, 특히 주택분에 대해 대상을 축소하고 장기보유 1세대 1주택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리고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종부세 과표기준 상향에 대해 "금년 하반기에 검토할 생각"이라고 종부세 수정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런 방침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반영돼 올해 종부세 과표적용률을 작년 수준인 80%로 동결하겠다는 방침에 이어 지난 9월22일에는 정부와 여당이 ▲과표기준 9억원으로 상향 ▲세율 인하 등에 합의했다.

정부의 종부세 개편방침 발표 뒤 두 달 가까이 치열한 사회적 논쟁 끝에 13일 헌재는 종부세법 가운데 ▲종부세의 세대합산 규정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과세 등 종부세법의 핵심조항에 대해 각각 위헌과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날 결정에서 종부세법 자체를 위헌으로 보지 않음으로써 종부세법의 형식은 유지될 수 있게 됐지만 정부는 조만간 기존 종부세법 개편방침에 이어 헌재의 위헌내용을 반영할 것으로 보여 2006년부터 본격화됐던 '세금폭탄론'도 이제는 잦아들 전망이다.

다만 헌재의 결정에 따른 대규모 종부세 경정청구 사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종부세를 재원으로 했던 지방재정 지원 문제가 또다른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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