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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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아주 이색적인 행사가 보도된 적이 있어 잠깐 소개한다.

학생들은 학생회관 앞 다섯 개의 부스가 마련된 잔디광장에 모였다.

첫 번째 부스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끊고 맡겼다.

마지막 부스에선 부모님이나 친구 등에게 직접 펜과 연필로 편지를 썼다.

서울여대가 지난 11일 마련한 ‘로그아웃 데이’ 캠페인이었다.

‘로그아웃(Log Out)’은 휴대전화나 인터넷 등 모든 디지털 네트워크의 접속을 끊는 것을 말한다. 네트워크에서 한시도 자유롭지 못하는 삶의 속박에서 벗어나 하루만이라도 자유롭게 마음을 나눠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이메일이 아닌 자신의 체온이 담긴 편지, 학생들은 참으로 얼마 만에 써봤을까.

▲예전에 편지는 마음의 고향이었다.

밤이 깊어지면 누군가를 향해 편지가 쓰고 싶어졌다.

만추(晩秋)의 정취가 물씬한 낙엽이 구를 때면 프랑스 시인 구르몽(Gourmont)의 대표작 ‘낙엽’은 세계적 애송시답게 그 진가를 발휘했다. 고교시절 상당수 학생들은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를 외우며 연인을 향한 강렬한 그리움을 고백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밤을 새워 쓴 편지를 품고 우체통 앞에 와서는 혼자만의 설렘과 열망으로 또 한번 달아올랐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우체부 아저씨는 희망의 메신저였다.

하지만 이제는 온기 없는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그 자리를 꿰찼다.

어느 시인은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통이라고 읊었다.

▲평소 가까운 한 선배가 요즘 육필(肉筆)로 편지를 쓰고 있다고 했다.

연말까지 일주일에 두 분에게 그동안의 배려에 고마움을 전하는 감사의 편지라고 한다.

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만 두드리는데 익숙하다보니 첫 편지가 탄생하기까지는 2주일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솔직히 필자 역시도 마찬가지일 터다.

아마 편지를 보냈다 해도 워드작업으로만 그쳤을 것이다.

그래서 여대생들의 로그아웃 데이는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비록 하루만의 캠페인이었지만 1000여 참가학생들은 글자 한자 한자에 자신만의 체취가 담긴 고백과 감사를 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갈수록 추워지는 연말, 고마운 이에게 감사의 편지는 그 자체로도 따뜻한 관계 맺기다.<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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