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장의 관광자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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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따라 떠나는 여행이 예나 지금이나 인기다. 아마도 대표적인 곳이라면 로마일 것이다. 하긴 로마는 영화가 아니라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세계적인 유적 관광지이다.

그런데 영화 ‘로마의 휴일’은 로마를 일약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만들어 놓았다. ‘트레비 분수’, ‘진실의 입’ 등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유적들이 명배우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팩의 열연을 통해 더 유명해졌다. 한 도시가 단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세계인들이 부러워하고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도시가 된 것은 아마도 이 영화가 처음일 것이다.

요즘 영화 촬영지와 TV드라마 세트장이 관광명소화하는 추세다. 이미 영화 ‘쉬리’의 마지막 장면 촬영지인 중문관광단지내 ‘쉬리언덕’이 관광객과 연인들이 거쳐가는 명소가 됐다. 영화 ‘시월애’의 우도 산호사해수욕장, ‘연풍연가’의 아부오름과 삼나무길, 드라마 ‘러빙유’의 큰엉과 차귀도 해안 등 모두 사랑 이야기를 무대로 한 촬영지들이다.

로마가 아름다운 로맨스를 유적과 연계한 영화로 더 유명해진 것처럼 제주 역시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를 무대로 했거나 배경에 담은 영화와 드라마가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경치가 뛰어난 곳의 세트장은 영화와 드라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로 인해 자연경관이 망가지는 등 훼손을 담보로 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 속의 아름다운 모습만 생각하고 찾아온 관광객들도 결국 초라하게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하고 말 것이다.

역시 역사 유적과 자연경관을 그대로 영상에 담는 촬영기법이라야 한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올인’의 섭지코지 세트장이 특히 관광객들의 각광을 받고 있지만 천연잔디가 속살을 드러내는 등 주변이 손상을 입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제주군은 드라마 오픈세트를 관광명소화할 생각인 듯하나 주변 훼손이 걱정이다. 예상되는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한 뒤 결론을 내렸으면 한다. ‘올인’의 인기가 예상외로 지속적이지 못하고 관광객의 발길도 한시적일 때 결국 아름다운 자연경관만 훼손시키는 결과를 자초할 뿐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세트장은 권장하되 경승지 주변만은 피하는 게 좋겠다. 일시적인 관광효과만 생각하다 경관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어리석음을 자초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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