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놋그릇, 나비...기억 너머의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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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겸 작가 문화진흥본부 초대 개인전 30일부터

‘기억너머에 그리움이 있다.’ 거기, 하양 빨강 목련꽃이 함초롬히 피었다. 그런데 목련은 온전하지 않고 가지째 물 담긴 놋그릇에 얹혀있다. 나비도 무중력 공간을 훨훨 비행중이고….

다분히 인위적인 이 화면은, 김순겸 작가의 ‘기억너머-그리움’이다. 지극히 사실적으로 묘사된 목련과 놋그릇, 궤짝, 나비 등은 마치 김 작가에 의해 연출된 무대 위의 꽃단장한 배우들 같다. 역할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저장된 아련한 옛 일을 새록새록 떠올리기 정도랄까.

이러한 꽃과 나비, 삶의 도구들에 대한 작가의 극사실적 재현은 종내 서정성으로 귀결된다.

대전출생으로 청소년기와 대학시절을 제주에서 보낸 후 서울서 교직생활을 거쳐 중앙화단에서 활동해온 이력의 그다운 심상을 고스란히 대입, 기억과 경험이 머무는 그리움의 세계를 그렸다. 또 점점 잊히고 소홀히 다뤄지는 것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진득하게 입혀 놓았다.

그는 결코 웅대한 자연의 낭만이나 거대한 내용의 서사를 표상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미물들에 대한 애정의 발로에서 그리움의 실마리를 끄집어낼 뿐이다. ‘무욕’이라고 할 만하다.

근작 ‘그리움’들은 예전 창문과 들판으로 배경을 그려 과거로의 여정을 상징하던 것과 달리 단순 모노톤으로 처리한 변화가 읽힌다. 함축적인 분위기가 한층 강화됐다.

화면분할도 주목된다. 바탕을 몇몇 면으로 분할 배치, 그 위에 그린 대상의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어긋나게 했다. 이런 조형은 대상의 객관적 재현과 묘사에 집착하는 극사실주의와 차별화해 준다.

“그림들은 사물에 대한 극사실적 묘사와 화면을 의도적으로 해체하려는 시도가 상충되는 영역에 자리했다. 화면 네 귀퉁이의 생뚱맞은 나사못도 사실과 비사실의 경계를 강화하며 화면 형식에 주목케 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그는 오랫동안 연마해온 대상의 재현적인 표상방식에다 독자적인 형식논리를 추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김영호 평론가의 말이다.

김 작가가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진흥본부 초청으로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문예회관 2전시실에서 작품전을 연다. 그가 제주에서 개인전을 열긴 이번이 처음으로 20여 점을 선보인다.

전업 작가로서 한국미술협회, 한라미술인협회, 그룹‘터’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다.

문의 010-9153-4085.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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