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빛 발하고… 좀녀 눈물 담고… 신화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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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모앙, 탐라미술인협회 13회 기획전 '제주바당'
▲ 강문석 작가의 '파편'.

1일 갤러리 모앙.

흔한 평화로운 제주바다를 담은 사진 20점이 두 줄로 걸려있다.

들여다봤더니, 멀리 수평선에 웬 항공모함이 부자연스럽게 떠있다.

이뿐 아니다.

수면엔 잠수함이 반쯤 등짝을 드러내고 맑은 하늘엔 전투기가 쌩쌩 날고 있다.

군용헬기도 프로펠러를 돌리며 공기를 가르고, 한 군함은 막 미사일을 발사했다.

평화의 섬이 무색하게도 포연이 자욱하다….

제13회 탐라미술인협회 기획전 ‘제주바당’의 전시작 중 하나다.

1년 전 열었던 ‘평화.동행’전의 연장 전시 격으로 ▲자연으로서 바다 ▲삶의 터전으로 바다 ▲역사에 비친 바다 ▲신화에 나타난 바다 ▲군사기지 후보지 바다 등 5갈래의 바다가 형상화됐다. 12명 작가의 15점.

한 중년남성을 다룬 작품도 눈길을 놓아주지 않는다.

뱃사람으로서 같은 길을 걷던 형이 비명횡사한 후 침울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다.

제주바다와 부대끼며 살아온 이로서 세상에 대한 관조 혹은 달관 등이 읽히는데, 그가 착용한 코발트빛 재킷과 쪽빛 배경이 절묘한 연상효과를 낳는다.

목발 짚은 해녀 그림도 주목된다.

실제 소아마비로 불편한 한쪽 다리에도 아랑곳 않고 어기차게 물질해온 해녀를 그린 작품으로 그녀의 ‘고단한 삶’에 대한 불필요한 설명을 불허한다.

이밖에 포탄이 현무암에 쳐 박힌 채 해군기지의 폭력적인 성격을 무언중에 고발하는 조각과 세상을 씻어내려 거친 파도를 일렁이는 자연 그대로의 바다를 담은 그림도 발길을 쏙 붙든다.

‘제주바다는 시시각각 고운 빛을 발하고 무고하게 죽은 많은 이의 몸을 껴안고 있고 칠성판을 메고 사는 좀녀들의 눈물과 한숨을 품고 있다. 영등할망 같은 신화도 낳았다. 안타깝게도 강정마을 바다는 제 목숨을 해군기지에 내줘야하는 절박함의 한가운데 있다.’(기획의도 중에)

한편 갤러리 모앙은 제주시 광양로터리 인근 제주클리닉빌딩 지하 1.2층에 위치해 있다. 전시기간 1~6일.

문의 011-692-1930.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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