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괴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해괴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 강영진 기자
  • 승인 2008.12.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정마을에 들어설 해군기지 건설사업, 아니 우리나라에 유례가 없는 이름으로 변경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사업이 안개속을 헤매고 다니는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이 사업의 중심축인 국방부는 해군기지사업에만 매달릴 뿐 관광미항에는 아예 관심을 잃은 듯 하고 이사업의 주변축인 제주도는 국방부의 이같은 움직임만 뒤치다꺼리 하다가 실종된 관광미항을 찾아 같이 헤매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사업으로 결정만 하고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국방부의 의도에 맡겨버리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사이에 이 사업을 반대하는 강정마을주민들의 분노감과 좌절감은 더욱 커져 가고 있어 이를 지켜봐야할 도민들은 우려스럽기만 하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지역균형발전정책으로 내세운 5+2 광역경제발전계획에 포함된 서귀포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조성사업은 전체 사업비가 1조원 대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 사업이다.

당초 이 사업은 해군본부의 기동전단을 위한 해군기지사업이었으나 지난해 국회의 부대조건에 따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변경됐고 이명박 정부의 광역경제발전 사업의 하나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당연히 사업주체도 국방부에서 관련부처인 국토해양부, 환경부, 문화재청, 문화관광부 등이 포함된 사업기획단이 꾸려지고 추진돼야 종합적인 발전 계획이 수립되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사업주체도 새로 만들지 않았고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국방부의 군기지 조성을 위한 예산만 편성하고 크루즈 항 관련 예산은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관광미항 예산은 없이 군기지 예산만 편성한 해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예산편성에 당황한 제주도가 뒤늦게 나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해양공원 및 토지매입, 크루즈터미널 및 주차장 시설을 위한 534억원의 예산중 내년도 예산에 일단 15억원을 증액하느라 발품을 팔아야 했다.

정부가 당연히 해야할 일을 제주도가 나서 덤터기를 써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해군기지가 정부가 원하는 사업인지, 도민들이 원하는 사업인지, 아니면 제주도지사가 원하는 사업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실제 해군기지에만 관심이 있고 주민들이 원하는 관광미항을 중심으로 한 지역발전 사업은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강정마을은 오랫동안 유지돼 온 공동체가 하루아침에 해군기지 찬반으로 갈려 대립하고 갈등이 격화되면서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도민사회는 해군기지 때문에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강정마을이 예전처럼 평화로운 공동체를 회복하길 기대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회의 갈등조정 능력을 발휘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제주도는 도민들의 이같은 기대에도 아랑곳 않고 해군기지 사업을 위한 부지매입을 강행하고 사실상 군기지 사업예산만 편성하고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도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강정마을의 반대주민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그들이 우려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소하려는 방안을 고민하지는 않고 형식적인 절차의 합법성과 정당성만을 내세우며 강행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높다.

특히 제주도가 국비를 들여 추진중인 해양과학관인 경우 성산포로 갈 것이 아니라 강정마을에 건립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하나의 명분으로 제시할 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 때문이다.

강정마을의 제주해군기지사업을 통해 들여다 보이는 이명박 정부와 김태환 제주도정의 진정성에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태환 도지사와 강우일 천주교제주교구장(주교)이 최근 비공개리에 만났다고 한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는 것을 강력 반대하는 강 주교와 이를 강행하려는 김 지사가 얼굴을 맞대고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궁금하다.

서로간 서로의 입장을 최후통첩만 했다면 이 사태의 파국이 멀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강영진 정치부장 대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