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黃槿)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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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첫째주 일요일, 그야말로 나들이하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그동안 미뤄왔던 조사를 위해 동료.제자와 함께 성산포를 향해 떠났다. 이번 조사는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으나, 현장에서 찾고자 하는 특정 대상의 정확한 지점이나 장소를 발견해야 하는 지루함이 있었다.

먼저 성산읍 오조리와 성산리가 이어지는 해안도로변에서 성산일출봉과 식산봉을 대상으로 몇 장의 사진을 촬영하고 나서 식산봉을 정복하기(?) 위해 진입로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식산봉으로 향하는 까닭은 황근(黃槿) 자생지를 확인하고 상록활엽수의 수종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식산봉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근처에 위치한 상점주인에게서 잘 전해 들었건만, 비슷하게 생긴 길들이 이쪽 저쪽에 개설돼 있는 터라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상록활엽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황근이라는 나무가 귀하고 귀한 몸이라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침내 찾아낸 진입로를 따라 식산봉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오름 바로 앞까지도 너비가 좁은 도로가 이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산책도로로 개설되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 식산봉을 한쪽에 두고 오조리 마을 안쪽으로 길게 들어와 있는 주변의 해안 지형은 아주 자그마한 내해(內海)를 이루고 있었는데, 주변은 아주 적막할 정도로 조용했다. 주민들은 이곳을 마을 양어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 했다.

내해에는 군데군데 보기 좋은 기암괴석이 자리잡고 있었고, 아울러 몇몇 토종식물들이 외로운 자태로 바위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인공적으로 잘 꾸며 놓은 해상공원(海上公園)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황근은 의외로 찾기 쉬운 지점에 터를 잡고 있었다. 식산봉과 내해가 만나는 지점, 그것도 주로 산책로를 따라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오름의 중턱 어딘가에 자생하고 있으려니 했던 당초의 생각은 바로 고쳐야만 했고, 동시에 현장 확인의 중요함도 새삼 깨달았다.

필자가 황근을 처음 대한 것은 몇 년 전 같은 대학교에 근무하던 선임교수가 정년퇴임을 기념해 자택에서 키우던 황근 한 그루를 대학교정에 기증했을 때였다. 당시 그 선임교수는 7~8월이면 ‘노란 무궁화 꽃이 피는 나무’라며 젊은 교수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 분이 정년퇴임하고 난 후 필자는 두 번에 걸쳐 활짝 핀 노란색 꽃 무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간혹 황근이 식재된 화단 앞에 주차를 할 때면 식산봉 어딘가에 자생지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하였다. 그러나 식물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한자어가 의미하는 ‘노란 무궁화’ 이외에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지식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필자를 비롯한 일행이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황근은 50㎝ 내외의 작은 것에서부터 2m가 넘는 큰 것까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식하고 있었다. 아직 개화시기가 아니라 꽃은 볼 수 없었으나, 피어나는 꽃봉오리가 분명히 이전에 감상했던 형태의 것과 같았다.

황근은 한국과 일본의 일부 지방에서만 서식하는 귀중한 낙엽관목(아욱과)으로서 보통은 높이 1m 내외로 자란다고 한다. 이러한 황근은 제주도에서도 식산봉 주변의 염습지에만 2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데, 현재 이들은 모두 지방기념물(제47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황근의 서식지가 결코 우리 세대에서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주변 환경 보전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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