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이름을 넣어 판매한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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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병 식 논설위원 제주대 교수 경영학>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월마트, 코카콜라, 포드, 베네통, 구찌 등과 같이 수세대를 이어온 ‘강한 가족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흔히들 이탈리아에는 두 개의 신화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 하나는 로마신화인데 이는 가상의 이야기이며, 또 하나는 구찌가 이루어낸 실제의 신화라는 것이다.

구찌는 격조 높고 우아한 귀족적 취향과 현대 여성의 세련된 감각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디자인으로 최고의 명성을 떨치는 토털 패션 브랜드이다.

구찌는 예술품에 가까운 수많은 명품들을 탄생시키며 우아하고, 고전적이면서도 독특한 개성을 유지해 왔으며, 그의 성공은 신화에 버금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 패션의 자존심인 구찌(Gucci)는 품질보증을 위해 디자이너 이름을 넣어서 판매한 원조이다. 오늘날 구찌의 이름 뒤에는 90여년 전통이란 수식어와 명품 중의 명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전 세계인을 열광시키고 있다.

구찌는 이탈리아 피렌체(영어로는 ‘꽃의 도시’란 뜻의 플로렌스)에서 공예가의 아들로 태어난 구찌오 구찌에 의해서 창업되었다.

구찌오 구찌(Guccio Gucci, 1881~1953)는 어려서 파리를 거쳐 런던으로 건너가 사보이호텔에서 일을 하면서 선진화된 문화, 사고, 스타일과 미적 감각을 습득하게 된다.

그는 고향 피렌체로 귀국하여, 1921년 자본금 3만 리라로 구찌 샵을 오픈한다. 구찌오 구찌(1세)가 말안장 등의 가죽 수공예점을 창업하고, 그의 네 아들인 알도, 바스코, 우고, 로돌프(2세)가 계승하여 핸드백과 구두 등 일반 피혁전문점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그 후 로돌프의 아들 마우리찌오(3세)는 숄, 스카프, 향수 등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지금의 구찌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953년 뉴욕의 성공적인 진출과 함께 세계 유명인사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신분 상징성을 나타내는 확실한 명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는다.

1960년대 전성기를 맞은 구찌는 창업자의 이니셜인 ‘더블 G’(2개의 G가 마주 보며 뒤집힌 문양)를 로고로 채택한다. 세계적 명성을 날리던 구찌는 1970년대 들어서면서 계속되는 구찌 가문의 내분으로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다.

구찌가의 재산싸움은 회사를 거의 도산 직전까지 몰고 갔고, 1980년대 후반 바래인의 투자회사 인베스트콥(Investcorp)사에서 구찌의 경영권을 인수한다.

1990년 구찌는 중대한 모험을 한다. 29세의 뉴욕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톰 포드(Tom Ford)를 영입한 것이다. 그는 뉴욕거리와 나이트클럽에서 얻은 새로운 영감으로 섹시한 가죽 샌들, 스파이크힐, 테크니컬 디자인에 구찌 특유의 금색 말 재갈 문양을 혼합시킨 스타일을 등장시켰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구찌가 쇠락해 가기만 하던 때 구원투수로서, 패션에 대한 그만의 천재성이 발휘되면서 구찌를 다시 영광의 자리로 올려놓았다.

기존의 보수지향을 탈피하고 젊은 층 및 패션리더 계층을 타깃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가는 실루엣의 여성용 수트, 벨벳셔츠, 대나무손잡이 가방 등 새로운 구찌 스타일이 탄생했고 그 결과 구찌는 다시 일어섰다.

“모든 화려한 것들을 표현하는 최우선의 요소는 편안함과 단순함이다.”라는 톰 포드의 패션철학은 구찌의 모든 컬렉션에 철저하게 반영되어 통일감 있는 구찌의 이미지를 실현하며, 세계 패션사에 아름다운 전통을 세우고 있다.

2000년 이후에는 수많은 브랜드를 흡수, 입생로랑(Yvessaint Laurent) 등을 거느리게 됐다. 현재 전세계 2백여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구찌 상품은 핸드백을 비롯해 신발, 의류, 스카프, 시계, 안경, 보석, 향수, 홈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들 매장들은 대부분 직영으로 운영하며 구찌의 이미지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집요한 장인정신, 일상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크리에이티브, 뛰어난 품질, 이 세 가지는 구찌의 신화를 일으킨 원동력이다. 고전의 자존심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가장 변화에 민감한 명품 브랜드가 구찌인 것이다.

뿌리를 잃지 않는 정통성의 집념, 새로운 것을 더욱 새롭게 하는 유연함, 최고로서의 책임감과 자존심은 구찌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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