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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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려면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충고들이 많다. 현명한 사람 수가 점점 늘어나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인터넷 세상이라 공유하는 정보 양이 늘어 빈번하게 눈에 띄는 것도 그 이유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으려고 많은 사람이 애쓴다는 것은 그만큼 불행을 자각하는 시간이 많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행복 처방이 어느 때 보다 절실히 필요해진 상황일 수도 있으니 우리가 살아온 세월을 보면 행복을 키우느라고 전념하던 길이 어떤 때는 역으로 행복을 줄이고 드디어는 말살시키는 결과에 이르는 것은 아닌가 할 때도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들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가 진리를 가르쳐 준다 해도 우리는 당장 그 교훈을 실천하려 하지 않는다.

대다수가 정확하게 반대로 달리는 특기를 발휘한다. 노자의 말들을 예로 보자. ‘네 안에 미덕을 가꾸면 미덕은 현실이 되고, 가족 내에 미덕을 가꾸면 미덕으로 충만해지고.

마을 안에 미덕을 가꾸면 미덕은 자라나며, 나라 안에 미덕을 가꾸면 미덕이 풍부해지고, 우주 안에 미덕을 가꾸면 미덕은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

이런 비슷한 가르침은 항상 우리와 함께 있어 왔으며, 모두가 어렴풋이 내면에서 느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줄기차게 그에 역행해서, 내 안에서 시작해서 가족과 마을과 나라와 온 세계에 악덕을 키워왔다. 이제 그 악덕의 힘이 강해지다 보니 어디에서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르고 망연자실 바라보는 처지에 놓여 있다.

‘가득히 채우는 것 보다 덜 하는 것이 낫다’는 말에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고, 잡을 수 있는 물고기는 다 잡고, 베어낼 수 있는 나무는 다 잘라낸다. 백점, 만점, 100% 달성, 1등만이 우리에게는 목표로 삼을 가치가 있다. ‘금과 옥을 무더기로 쌓아놓으면 아무도 보호하지 못하며, 부와 직위를 요구하면 재앙이 따르리라’ 아직 닥치지 않은 재앙을 두려워하는 자는 없고, 모두 기갈 들린 욕심을 따를 뿐이다.

‘다섯 색깔은 눈을 멀게 하고, 다섯 음조는 귀를 멀게 하고, 다섯 향기는 미각을 둔하게 한다. 경주와 사냥은 마음을 미치게 하고, 귀중한 물건들은 사람을 길 잃게 한다’ 미친 마음이 대수냐, 더 빨리 달리며 더 많이 가질 수만 있다면.

길을 잃는 것이 무슨 상관이랴, 부자가 될수록 더 행복해질 텐데. 나날이 무뎌지는 우리를 만족시키려면 더욱 현란하고 화려하게 쌓아도 모자라니 다섯은 어림없는 수이다.

‘치욕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하찮은 존재임을 인정하라’ 이는 죽어도 듣기 싫은 말로, 이 세상에 나 말고 중요한 것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 오직 나만 소중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소중할 것이다.

‘불운을 인간 조건으로 받아들여 득과 실을 걱정하지 말라.’ 아니 지금 황금알을 낳는 나의 거위가 떼로 전멸하는 이 마당에, 어떻게 울분을 삭이며 초연히 받아들이란 말인가.

할 수만 있다면 전 우주의 힘을 다 동원해서라도 나의 재물을 돌려받고 말겠다고 이를 갈고 있다.

‘너 자신을 겸허히 포기하고, 자기 자신처럼 세상을 사랑하라. 그러면 진정으로 모든 것을 좋아하게 된다.’

그런 말을 하던 성인들은 못 박혀 죽거나 굶어 죽었다고 하던데 공연히 성인 흉내 내다가 나 보고 말라비틀어지라는 말이냐, 전혀 취미 없다.

가르침이야 어찌 되었건 나름대로 나는 살겠노라고 저마다 믿으면서 우리는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남은 것이 무엇인가 지금은 슬슬 재고 조사를 해 볼 때도 된 것 같다. 삶의 여정에서 어디쯤 내가 왔는지, 그 사이에 일어난 일들과 한 일들은 무엇이었는지, 지금까지 기쁨을 주던 것들의 명단도 만들면서.

그리고 더 갖고 싶은 것들이 무엇이며, 그것들은 갖고 싶어 안달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도 검토하면서.

<강방영 제주한라대학 관광영어과 교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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