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그물만은 버리지`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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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바빠지는 무자년 세밑이다. ‘꿈’과 ‘희망’이 넘쳤던 새해 화두는 세계를 휩쓰는 불황의 ‘쓰나미’로 절망과 탄식으로 바뀌었다. 이제 멀어져 간 기억으로 남아 있었으면 할 1997년의 경제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그래서 올 한해를 축약하는 사자성어들은 현재의 고단한 삶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한 포털이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은 ‘은인자중(隱忍自重겦뗌슨淡?괴로움을 참고 견디며 몸가짐을 조심한다)’을, 구직자는 ‘난중지난(難中之難·어려운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상황)’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고단한 삶의 여정은 평소 가벼운 기침만으로 전 세계를 감기 몸살에 걸리게 했던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2008년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인기 단어’로 38개를 선정했는 데 평범하고 자주 쓰이는 단어인 ‘fail(실패하다)’이 화제 단어에 포함됐다.

이처럼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한해를 보내는 마음이 무겁다. 그렇다고 새해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들은 한결같이 내년 상반기에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일부 민간 기관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조심스레 내비치고 있다. 모두 악전고투를 각오해야 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모두가 최대한 버텨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사는 모두 사이클을 탄다. 삶도 마찬가지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호황이 있으면 불황도 있다. 올해의 직장이 선택한 사자성어인 ‘은인자중’처럼 괴로움을 참고 견디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때를 기다리면서 삶의 바다에서 무언가를 건져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물이 필요하다.

‘장자(莊子)’에 ‘득어이망전(得魚而忘筌·물고기를 잡았으면 통발은 잊어라)’이란 말이 있다. 이는 기존의 수단과 지식을 버려야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고기를 잡았다고 해서 통발(그물)을 잊어버려서야 되겠는가. 더욱이 고기를 놓쳤다면 그물만은 잊어버려서도 잃어버려서도 안된다. 고기는 잊어버리고 그물만은 챙겨야 한다. 고기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물이다. ‘망어득망(忘魚得網)’이어야 한다. 그래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여기서 그물은 자신의 경력과 경험, 인간관계, 그동안 흘린 땀과 노력 등 모든 것을 망라하는 것이다.

매킨토시를 발명해 ‘애플’의 역사를 쓴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후 “때로 인생이 당신의 뒤통수를 때리더라도 믿음을 잃지 말라”고 했다. 그 믿음으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애니메이션제작사 중 하나인 ‘픽사’를 설립하면서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었다.

30년 가까운 기자 생활을 끝내고 800㎞의 여정의 스페인의 산티아고로 떠났던 제주 출신 서명숙씨는 그곳에서 “한달 넘는 시간을 완전히 자유롭게, 내 맘대로 걸으며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인 제주도에서 또 다른 ‘순례의 길’인 ‘제주 올레’를 만들고 있다.

이들 모두 그 동안 자신이 사용했던 그물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직자, 퇴직자, 대입재수생, 좌불안석에 있는 직장인들, 새해 화두는 그물만은 버리지 말자로 하면 어떨까.

그래야 은인자중했던 직장인들이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택한 ‘만사형통(萬事亨通·모든 일이 순탄하게 진행된다’이 모두에게 실제 상황으로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고동수 교육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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