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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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행(前 산업정보대 교수 문학평론가 논설위원)

국회에 이는 반목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도라산 철길까지 돌아서 버린 이런 시점이고 보면 더욱 할 말이 없다. 바람 앞에서만 시달려 온 우리 역사를 다시 한번 실감케 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우리 영토를 가리켜 한반도(韓半島)라 했던가? “반쪽 섬” 그렇다. 반세기의 일제 식민지통치가 그랬고, 이념으로 맞댄 南과 北, 반 조각이 된 지금 상황이 또한 그렇게 되었으니 그럴 법도 하리라. 어쨌든 우리는 바람의 나라에 살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필자는 요즘,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KBS 기획드라마 <바람의 나라>를 즐겨 보고 있다.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면서 이어진 그의 아들 유리왕과 무휼태자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 역사 드라마지만 특히 신탁이라는 샤먼을 두어 갓 태어난 무휼왕자에게 불길한 운명의 굴레를 만든다. 그는 어미의 생을 끊고, 형을 죽이고, 아비를 죽이고, 그래서 나라까지 망하게 할 그런 운명을 안고 태어났으니 제물로 죽이도록 명한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뜨거운 피와 심장이 없는 무휼(無恤)이라 하여 평생을 ‘죽은 자’로 살게 했다. 권력을 놓고 일고 있는 바람들이 그것이요, 흉심을 품는 자들의 모략과 잔인함이 또한 그것이었다. 밖으로는 부여 대소왕의 끊임없는 위협과, 안으로는 왕가의 권위를 위협하는 비류부의 내압으로 일고 있는 돌풍들이다. 왕비인 미유부인은 제 아들 여진왕자 태자책봉을 위하여 꾸미는 온갖 계략들이 회오리가 되어 있었지만 결국 여진왕자와 남편까지 죽음으로 몰고 간 죄인이 되고 말았다. 참담함, 후회는 이미 늦은 것이었다. 그리고 도진과 배극의 반란계획, 도진과 무휼과의 우정의 실체도 또한 그런 것이다. 결국 부여 공주인 연이를 놓고 일고 있는 사랑바람 역시 긴장감 그 자체로 이어졌다. 이렇게 전개되는 <바람의 나라>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 어떤 메시지를 주는 그러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형인 해명의 사랑으로 불길한 운명의 굴레는 사라지고 이 나라의 태왕이 되긴 했지만 기로에 서 있었던 고구려의 미래는 어떠했을까? 지금의 정치사나 당시 사상논리들이 그렇게 다를 바 없었다.

우리들 시점은, 사라져가는 장대한 고조선의 역사와 고구려의 건국정신을 생각해 볼 때다. 우리나라 혼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곳, 그러나 지금은 무서운 황사바람 속으로 영원히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지 않은가? 독도를 넘보는 죽도바람 역시 예사롭지 않은데 그런데 우리는 그저 지켜만 보고 있다. 북쪽에서 이는 이념바람은 또 어떠한가? 바람만 타는 세월이 되고 말 것인가? 역사 교과서에 이는 이적 바람 역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좌편향성 역사관 논란 때문에 역시 괴롭다. MB에 이는 바람, 언론바람, 4.3에 이는 바람까지 오직 돌풍뿐이다. 그렇다면 혹하는 해법으로 “한반도”란 말은 쓰지 말고 “한영토(韓領土)”라 명명하면 어떠할까? 한반도 ‘반쪽’에 이는 바람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는 안타까움일 것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타성’이란 게 있어 어렵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다. 너무나 부질없는 생각일까?

이제 2008년 12월의 달력도 하루를 남겨놓고 있다. 어떤 두려움들을 안고 지나고 있을까? 모진 회한과 아쉬움들은 없었는지 허공만 맴돌고 있다. 혹이면 이념논리나 대립적 갈등 그리고 온갖 시행착오나 멋쩍은 응어리까지라도 좀하면 품에 안고 천길 물속으로 영원히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황사바람도 그렇고, 핵을 자본으로 일고 있는 이념바람이나 죽도바람까지 그래서 남으로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으로 새해를 마중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기대뿐이다. 비는 마음이다. 국회에 이는 바람부터 가늠되기를 일단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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