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이라는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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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연을 날리던 기억이 난다.

창호지와 대나무, 그리고 풀이 있으면 연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물론 대나무를 깎을 칼까지 있으면 말이다.

그런데 가끔 연을 날리다가 실이 끊어져 연이 내 품안을 떠나게 되면 그 연은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릴 때니까 고향 밖 세상에 대해서는 잘 모를 때였다.

어디 이 뿐이랴.

초등학교 운동회 날 하늘 가득 뿌려진 풍선은 아름다웠다.

빨강, 노랑, 파랑, 분홍, 초록색 등으로 치장한 풍선이 한 순간에 하늘을 오르는 모습은 어른에게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 때에도 하늘로 올라간 저 풍선들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헬륨을 담았다고 하는데, 터지지 않고 저 하늘 끝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 하곤 했다.

수 십 년이 지난 오늘 날에도 각종 행사 때 마다 풍선 날리기는 여전하다.

제주도나 대한민국에서만 이뤄지는 일도 아니다.

사실 지구촌 곳곳에서 행사를 축하 하는 의미로 풍선을 날린다.

그렇다면 지구촌 곳곳에서 날린 풍선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전문가들은 바다에 떨어지는 것이 많다고 한다.

영국 해양보존협회(MSC)의 해양 생물학자들은 지난 해 각종 행사장에서 날려 보내는 풍선이 바다새나 거북, 포유류 등의 사인이 되고 있다면서 이런 동물들의 사체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이들이 공개한 사진 중에는 위장 속에 풍선이 들어있는 거북과 풍선에 매달린 끈으로 다리가 칭칭 묶인 큰부리바다오리의 모습도 포함돼 있다.

MSC 해양 생물학자들은 바다거북이가 물에 떠 다니는 밝은 색 풍선을 먹이로 착각해 삼킨 것으로 보이며, 다리가 묶인 바다새는 움직임이 제한돼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과학자들은 지난 2007년 실시된 국제적인 해양 폐기물 조사 결과 단 이틀 동안 6만개의 풍선이 해변에서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육지에 떨어져도 야생 동물들이 먹잇감으로 알고 먹은 후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지난 1일 새해맞이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강원도 내 자치단체들은 모두 헬륨 풍선 1만 2000여 개를 하늘로 날렸다고 한다.

이에 국내 해양환경보호단체 중 하나인 한국해양구조단은 풍선들이 해양쓰레기로 변해 바다 생물의 목숨과 선박의 안전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있어 이 같은 행사를 지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한다.

한국해양구조단도 바다에 내려앉은 풍선이 물고기들의 먹이가 될 수 있고, 스크루에 걸려 선박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풍선의 경우 재료가 고무여서 분해되는 시간도 길다.

사람들의 손을 떠난 풍선은 사실상 생물을 위협하는 쓰레기인 셈이다.

실이 끊어진 연은 바람이 크게 불어도 마을 앞 오름이나 옆 마을까지 밖에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러나 연은 어디까지 가는지 아직도 모른다.

도내 행정기관과 각 단체들도 풍선이 생물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풍선도 하나의 거품인 셈이다.

각종 행사 때 풍선을 날리는 것 보다는 차라리 박수를 많이 치는 게 나을 듯하다.

박수가 건강에 좋다고 하니까 말이다.`<박상섭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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