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설(積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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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대설주의보, 대설경보, 결빙, 눈사태….

눈(雪)과 관련된 단어들은 말 자체만으로도 겨울한파를 느끼게 해 사람들을 움추리게 만든다.

그러나 지면에 쌓인 눈을 뜻하는 적설(積雪)은 어딘지 모르지만 눈 쌓인 산정이나 골짜기로 사람들을 이끈다.

적설은 눈, 싸락눈이 지면에 내려 쌓인 깊이를 말하는데, 관측소 주위 지면에 반이상을 덮었을 때를 적설이 있는 것으로 본다.

아무리 많은 눈이 내리더라도 지면에 쌓이기 전에 녹아버려 지면의 반 이상을 덮지 못하면 적설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적설의 단위는 ㎝이고, 적설량은 땅위에 쌓여 있는 눈의 양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설지역인 울릉도에서는 24시간을 기준으로 최고 적설량은 150.9㎝나 되며, 그 중에도 1월에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

▲제주에도 지난 주말부터 폭설이 내려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가는 등 겨울한파를 톡톡히 겪었다.

산간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졌고 한라산의 윗세오름 160㎝, 어리목 60㎝, 성판악 55㎝의 적설량을 보였다.

기습한파가 주춤했던 어제, 눈 덮힌 한라산을 보며 눈(雪)도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적설의 푸근함을 느낀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고,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는 ‘즐거운 편지’처럼 제주에는 이제 눈이 그치고 순백의 설원만 남을 것이다.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은 이 세상의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 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나면 우리 모두 다 덮이겠느냐.”( ‘문의마을에 가서’ 일부)

1970년대 초 동료시인 신동문(1927~1993)의 모친상 조문을 위해 찾은 충북 청원군 문의마을에서 시인 고은은 마지막 행장을 떠나는 모습을 하얀 눈발에 담아냈다.

새해가 밝았다.

모처럼 내린 적설이 올 한해의 좋지 않은 운수를 모두 덮어버리는 서설(瑞雪)로 남기를 소망해 본다.<김홍철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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