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홀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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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제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제주일보 논설위원

중앙정부의 지방발전계획에서 제주가 투자대상에서 제외되고 홀대받는다는 식의 신문기사는 심심치 않게 보인다. 홀대라는 것은 소홀히 대접한다는 뜻으로 감정적인 표현이다. 중앙정부는 무슨 감정이 있어서 다른 지방에 비해 특별히 제주를 홀대할까? 개인이 아니라 정부 간의 관계에 있어서 감정이 설 자리가 어디 있다고 홀대를 할까? 물론 대선 때 지지가 약했고, 여당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정치적 인과관계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지방발전계획을 어떤 방식으로 수립할 지 차분히 한번 생각해 보자. 중앙정부도 사람이 운영하는데 지방의 사정을 속속들이 다 알아서 어디는 뭘 투자하고 어디는 뭘 빼고를 정할 능력이 있을까? 설사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공무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지방발전계획을 직접 세우는 대신에 이렇게 할 것이다. 현 정부의 지방발전에 대한 방향, 경제개발계획 등을 설명하고 지방정부에 자체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해 오라고 지시할 것이다. 각 지자체가 수립해온 발전계획 가운데 타당성이 있고 집권당의 정책에 부합하는 사업들을 뽑아서 중앙정부의 지방발전계획이라고 명명하게 될 것이다.

이때 중앙정부의 입맛에 맞고 타당성이 있는 사업을 제시하면 투자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돈을 받아오지 못하는 것이다. 정치적 연관관계는 이 이후에 투자대상에서 제외된 사업가운데 자잘한 것을 몇 개 살리는 데 힘을 발휘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로비나 인간관계로 끌고 올 수 있는 투자와 ‘좋은 계획’으로 끌어 올수 있는 투자는 규모에서 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게 현실적인 상상이라면, 제주가 투자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중앙정부가 홀대했기 때문이 아니라 제주가 홀대받을 짓을 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나 현 정권의 입장에서 타당성이 전혀 없는 사업을 지역발전 한답시고 자꾸 들이밀면, 아무리 담당자가 로비를 해도, 투자를 해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 밥에 그 나물로 아는 사람끼리 모여서 세운 계획이 중앙정부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킬 리가 없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타 지자체에서 하다가 실패한 것들을 좋은 사업이라고 도에 건의하는 전문가들이 모여앉아 세운 계획에 중앙정부가 선뜻 투자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뭔가 이상하다. 중앙의 사정이 아니라 지방정치의 차원에서 기획된 사업에 중앙정부가 속아줘야 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 무슨 계획을 세울라치면 능력도, 인력도 부족한 형편에 왜 이리 서두르는지... 한두달 그것도 주1회 모여서 세운 계획에 중앙정부가 감동할까? 뺄 사람 다 빼고 나서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자화자찬해가면서 세운 계획은 중앙의 심사를 통과해서 투자의 대상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세운 계획은 중앙정부 설득용이 아니라 도내 인사와 도민에 대한 설득용 자료일 뿐이다.

홀대는 무슨 홀대인가? 도내의 언론도 마찬가지다. 제주가 중앙정부에 제시한 발전계획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고 그것이 과연 타당한 것이었는데도 중앙정부가 홀대한 것인지 타당성도 없는 계획을 지속적으로 들이밀다가 투자대상에서 제외된 것인지를 확인하고 보도를 해야지 따져보지도 않고 총론적으로 ‘홀대’라는 표현을 붙여버리면, 제주도민의 정서만 자극하고 뭔가 손해를 입었다는 감정만 쌓고 열등감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홀대론은 공부 못하는 학생이 선생님이 자기만 미워한다고 핑계를 대는 것과 같다. 이제 제주 홀대론은 우리는 잘 했는데도 중앙정부가 홀대한 경우에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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