뗏목론과 목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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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을 앞둔 지난 1월께 당선자 시절.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예측케 하는 행보들이 급물살을 타던 시점.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은 노 당선자에게 많은 고언(苦言)을 마다하지 않았다.

노 당선자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마무리해주길 바라는 국민적 성원이 원체 컸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하면서 말이다.
필자 역시 본지(지난 1월 29일자 5면 제주포럼)를 통해 이에 거들었다.
그 바탕은 당선자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모든 집착에서 뛰어 넘기를 바라는 주문이었다.

이른바 강을 건넜으면 의당 뗏목을 버려야지, 강을 건넌 뒤에도 이를 걸머지고 가려 한다면 그 무게로 결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뗏목론’으로 표현됐다.

현실과 이상에서, 여러 형태로, 철저하리만치 무(無) 집착의 실천방법론이었던 것 같다.

▲이제 대통령 취임 50일이 다가오는 시점.
그러나 뗏목들은 여전히 곁에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 노 대통령은 최근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농촌생활과 관련된 비유를 자주 들고 나온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어릴 적 목수가 집 짓는 것을 보았는데, 오전 내내 연장만 벼리고 있다고 타박받았지만 해질 무렵 그가 훨씬 빨리 집을 짓더라”며 강조한 ‘목수론’이다.

노 대통령은 “연장을 잘 벼릴 줄 알아야 최고의 목수다. 인사는 연장을 벼리는 일과 같다”며 예의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풀을 베려면 낫을 갈아야 하고, 논을 갈려면 쟁기를 갈아야 한다”며 ‘쟁기론’도 피력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주장하는 목수와 연장의 의미는 무엇일까.
훌륭한 목수는 잘 드는 연장이 손에 있을 때 많이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다시 없는 명품(名品)은 틈틈이 연장을 갈고 손질하는 ‘준비된 목수’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말하고자 함이 아닌가.

한마디로 공직사회의 자기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염려되는 바가 있다.

노 대통령의 ‘정신적 아버지’라 불리는 송기인 신부가 엊그제 한마디 했다.

“대통령이 말을 많이 하면 아랫사람들이 말을 못하게 되고, 결정의 폭도 좁아진다. 대통령은 아랫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게 하고, 또 그 말을 들어야 한다”고.

정부건, 지자체건, 공직사회 혁신은 누가 뭐라 해도 위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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