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의 지방직화 철회를 요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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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한라산의 잔설이 밀려오는 봄 기운을 시기라도 하듯 아스라이 우리의 시야에 남아 있다. 마치 개선장군인 양 샛노란 자태로 다가오는 유채꽃은 전도를 물들이고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벚꽃들은 이제 연한 연둣빛 잎사귀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봄이 오기는 온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리니 말이다. 낡은 말뚝도 봄이 돌아오면 초록빛이 되기를 희망한다는데, 올해의 봄은 잔뜩 움츠러든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잔뜩 찌푸린 오후다. 도로로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로 생명을 잃은 벚꽃 이파리들이 추운 겨울날 눈발처럼 나부끼며 길가 움푹 파인 곳에 쌓였다간 다시 흩어지고, 산등성이 유채는 바람에 못 이기고 돌담에 기대어 지친 몸을 쉬는 듯하다. 요즈음 일상이 그렇다. 지구 한쪽에서는 전쟁을 한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반전과 평화를 목이 터져라 외치고, 핵 문제니 불황이니 그야말로 복잡한 일상이다. 이러는 와중에 사십여 년을 교직에 몸담아 온 한 교장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는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무엇이 교장선생님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가? 답답한 가운데 문득 유난히 진한 난향이 코끝을 스친다. 상쾌하다.

이 즈음에 우리는 교원과 관련한 많은 현안들을 생각한다. 그 중 하나가 ‘교원 지방직화’다. 지난해 교육계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되었던 ‘교원의 지방직화’ 정책이 참여정부라 일컫는 새 정부의 지방 분권화 정책 기조에 힘입어 또다시 추진되고 있어 첨예한 갈등 양상이 재연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지방이양추진위원회의 행정분과위원회는 지난달 대통령 임명사항인 신규 교장과 과장급 이상 장학관(연구관) 임명권을 교육감에게 위임하는 것을 포함한 교육공무원의 지방직화 방침을 전격 의결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국가적인 초.중등 교원을 지방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원의 지방직화는 새 정부가 지방분권화라는 정책의 명분에만 집착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요, 우리 40만 교원의 의견을 배제한 밀실행정이라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 교총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98%의 교원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나타낸 바 있다.

교육의 근간은 학생과 교원이다. 여기에 학부모, 즉 모든 국민이 포함된다. 그 중에서도 교원은 많은 역할을 감당한다. 개혁의 명분으로 이미 심어져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곡식들을 갈아엎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원의 지방직화를 철회하라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교육자치제가 확고히 자리잡기 전에는 교육의 독립성이 위축될 염려가 있고, 이는 교원의 사기 저하로 이어져 교직의 안정을 해치고 교육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둘째, 교육의 지역 간 균형발전을 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 셋째, 중앙정부가 교원양성기관을 관할하고 있는 현실에서 교원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넷째, 교육공무원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정규 교원보다 비정규 교원의 임용을 확대할 수 있다. 다섯째, 지역 간 인사교류가 제한되거나 더욱 어려워져 많은 민원을 발생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교원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안심하고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그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그러할 때만이 우리의 교육에 희망이 있는 것이다.

조그만 바람에도 떨어져 눈싸라기처럼 흩어지고 마는 벚꽃 이파리들의 나딩굶에서 작금의 교육을 다시금 생각하며, 항상 그윽하게 세상을 감싸는 난향과 같은 교육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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