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0원 신권 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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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경, 제주한라대학 관광중국어통역과, 논설위원

한국은행에서 곧 오 만원 신권 화폐를 발행한다.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도안 문양은 그 앞면에 신사임당의 묵포도도(墨葡萄圖) 배경에 사임당의 초상, 그 뒷면에 어몽룡의 월매도이다. 당초 독립운동가 김구(金九) 선생의 초상을 넣어 십 만원 신권을 동시에 발행하여 남.녀, 전근대.근대 균형을 잡으려던 계획이 무기한 연기 되면서, 당분간 전근대 여성의 이미지가 최고액 화폐의 전면에 등장하는 의미 있는 일이 생겼다. 무기한 연기 방침에 뒤따라 흘러나온 무성한 추측을 이 자리에서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어 보이고, 다만 여권 신장이니, 정치의식의 부재니 따위의 언설이 뒤따르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전통적으로 화폐는 통일적 관리와 보존의 편리성에 초점을 맞추어 제작되어 교환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왔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세계시장이 자본주의의 득세에 따라 자본주의-반자본주의로 재편되면서 자국의 근대를 연 사상적으로 중요한 인물을 그 최고액 화폐의 도안으로 삼곤 했다. 자본주의적 근대정신을 일본인의 뇌리에 심은 후쿠자와 유키지(福澤諭吉)와 중국인들로 하여금 자본주의 이후의 중국 근대를 꿈꾸게 한 마오쩌둥(毛澤東)이 각각 그런 배경 하에서 일본과 중국의 최고액 화폐의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화폐는 교환의 수단으로서 돈이 아니고 차라리 경제사상을 실천하는 무기 그 자체였던 셈이다.

이러한 점만 놓고 보면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김구 선생과 신사임당이 가장 적절한 인물로 결정되었다는 한국은행 측의 설명에 전적인 지지를 보내기가 망설여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한국은행의 자세는 백 번 천 번 칭찬해줘도 부족할 일이란 점 알지만, 화폐 도안 바꾼다고 전쟁놀이 같은 경제난국이 딱히 타파될 리도 만무하고 꼭 그럴 필요도 없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국민들에게 자본주의의 실체와 그것에 기초한 문명의 실체로서 근대를 극복할 정신만은 화폐 한 장과 도안 일 종을 통해서라도 시시각각 깨우칠 수 있는 계기는 제공해야하지 않겠나 싶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차선 중 차선일지라도 근대 한국을 연 사상가가 화폐 도안에 적절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오 만원 신권이 발행되면 당분간 돈의 가치는 더욱 하락할 것이고, 씀씀이 또한 다소나마 헤퍼질 것이다. 이 점은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고, 조속한 내수 진작을 바라는 정부로서도 이 점만은 일정 범위 내에서 은근히 바라는 부분일 것이다. 돈이 돌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차라리 그랬으면 하는 심정도 없지는 않지만, 이는 바로 양날의 칼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고용 현실 앞에서 가계 지출이 늘면 개인과 가정의 파산은 늘어날 것이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연기금의 손실을 가져와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 개개인에게 되돌아오는 장기적 부메랑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미국발(發) 경제위기 이후 달러화 가치의 급등-폭락에 따라 춤을 춘바있듯 미화 달러를 기축총화로 삼고 있는 한국 경제는 오만 원 신권 발행 이후 달러 앞에서는 또 한 차례 기가 죽을 것이다. 세계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수출이 줄어들면 달러의 기세는 한국시장에서 더욱 등등해질 것이다. 밑 빠진 장독처럼 얼마나 더 쏟아 부어야 금융시장이 회복될지 모른다는 다보스포럼의 우울한 전망 속에서 소띠 새해 설을 보냈다. 일 년 계획은 봄에 잘 세워야 한다고 했다. 연말에 오 만원권 세 장이 아니라 두 장으로도 미화 100달러를 교환할 수 있도록 우리 모든 경제 주체가 함께 지혜를 나누면서 황소걸음을 뚜벅뚜벅 내딛어야 할 때이다,

신의경, 제주한라대학 관광중국어통역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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