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아이의 엉덩이를 닦으며 아빠는 말한다. 너에게 화를 냈던 것은 네가 똥을 쌌기 때문이 아니란다. 너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아빠한테, 아빠는 그게 싫었어.

2년 동안의 뼈를 깎는 고통 끝에 아들은 소생한다. 그러나 콩팥과 각막을 팔아 치료비를 마련하려 했던 아버지는 자신의 몸이 암으로 망가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2000년 1월에 나온 조창민의 장편소설 ‘가시고기(밝은세상 펴냄)’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떠 오른 아버지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를 가시고기로 그려냈다. 아빠 가시고기가 제 살을 먹여 새끼들을 키워 떠나 보낸 뒤 돌틈에 머리를 박고 죽는 것 같이.

▲불황에 ‘아버지 광고’가 뜨고 있다. 어깨가 움츠러든 가장들에게 힘을 실어주거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강조하는 전략이다. 최근 뜨는 광고 중에 한국낙농육우협회의 ‘우리 우유 마시기’ 광고는 실제 부녀 사이인 주호성씨와 가수 장나라씨가 등장, 부녀의 정을 강조하고 있다.

학습지 업체인 웅진 싱크빅도 최근 연예인 김창완씨에 이어 탤런트 최수종씨를 모델로 해 이 같은 새 광고를 선보였다.

삼성생명의 ‘부라보 유어 라이프’ 시리즈도 ‘부성(父性)’을 강조하고 있다. 탤런트 박상원씨와 남자 아역 배우를 모델로 내세웠다.

이 광고는 부자가 함께 대중목욕탕에서 목욕하는 장면으로 아버지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현재를 연결시켰다는 평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전화통화 장면을 담은 SK텔레콤의 스피드 001 광고나 은퇴한 아버지의 병원치료비를 결제하는 내용의 삼성카드 광고도 모두 아버지를 강조한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합리적 이성보다는 뭉클한 감동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아마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우리의 경제상황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때문인지 출판계의 움직임도 소설의 재미나 교양성보다는 감동을 추구하는 쪽으로 옮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분석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물질화, 현대화, 첨단화로 치달을수록 그리움.정감 등 감성을 갈구하는 작품이 주목받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제주일보 14일자 4면 ‘아버지의 이름으로 새 삶을 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사회면 톱기사는 어려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가시고기 아버지를 회상하며 가슴 속을 적시는 이야기다. 세상살이가 어려울수록 아버지가 생각나는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에 비례하는 것만 같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