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띠 해에 맞는 들불축제 예찬(禮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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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己丑年) 1월 1일 첫 태양은 오전 7시 26분 국토의 막내, 동해의 독도에서 솟구쳤다. 청년실업.불황의 늪 등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한 체감경기로 시름에 잠긴 시민들은 새해를 맞으며 절망을 떨쳐버리고 희망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원했다.

매번 같은 소망이지만 ‘올해는 좀 달랐으면…’ 하는 게 모두의 한결같은 마음일 터다.

이 같은 소망을 담고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서 제주를 대표하는 ‘2009 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그 화려한 막을 올린다.

이 곳에 오면 화산폭발을 연상케하는 클라이맥스를 안겨주며 탐방객 모두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추억을 안겨준다.

특별자치도 출범 후 시대변화에 맞춰 ‘평화와 번영의 제주, 무사안녕과 행복기원’을 주제로 올해까지 13개 성상을 이어오고 있다.

제주시는 이 같은 대주제의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축제기간 동안 그동안의 노하우를 계승하고 업그레이드된 마당을 연출함으로써 축제의 질적 변화를 꾀한다.

사흘 내내 이용객들의 발길을 끄는 수십여 가지의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기실 들불축제는 옛 제주의 목축문화를 계승하여 현대적 감각에 맞게 이벤트화 한 축제다.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제주의 중산간 마을에서는 밭농사의 주요 노동력으로 가가호호 2, 3마리의 소를 길렀다.

농번기가 끝나면 중산간 공동목장에 일제히 소를 방목했고, 새 봄을 맞으면 소를 기르는 농가들이 윤번제로 아침 일찍 소를 이끌고 풀 먹이러 다니던 풍습이 되풀이됐다.

그러자면 신선한 초지 관리가 이뤄져야 했는데 이 또한 쉽지 않아 양질의 목초를 찾아 들판 여기저기를 찾아다녔다.

농가들은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중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고자 마을마다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 들판에 불을 놓았다.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바로 이러한 제주선인들의 옛 생활풍속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승화.발전시킨 축제이다.

제주시는 국내.외는 물론 세계인의 시선을 끌만큼 소홀함 없는 채비를 갖췄다고 자평하고 있다.

문화체육부 역시 지난해 들불축제를 평가해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힘을 실어줬다.

예컨대 지난 10월 이후 서울 여의도의 63빌딩 전망대에 ‘들불축제 소원 기원 이벤트’를 마련한 결과 최근까지 무려 6만여 장의 소원기원카드가 접수됐다.

여기에 무엇보다 더해져야할 것은 도민들의 관심어린 애정과 참여이다.

들불축제 사업주체가 비록 제주시이긴 하나 여기에 꾸며진 하나하나가 제주의 독특한 ‘민속문화의 장’이란 점에서 도민 모두가 챙기고 자랑거리로 삼아야 할 문화자산이기에 그렇다.

특히 우리 자녀들에게 제주문화의 원류를 보여줄 수 있는 산교육장이기에 고사리손을 잡고 행사장을 가볼만하다.

제주를 찾는 지인과 내방객들에게 꼭 한번 체험해볼만 한 곳으로 소개하는 것도 좋다.

그만큼 들불축제장을 찾아 체험하고 격려하는 이들이 많을 수록 그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지 않겠는가.

도민과 관광객 등 수만 명의 관람객이 한 자리에 모여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생각하며 소망하는 장관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이다.

성실과 충직, 풍요를 상징하는 소띠 해를 맞았다.

그 육중한 몸의 균형을 결코 잃지 않으면서 한 발 한 발 실행에 옮기는 황소걸음의 미학을 통해 올 한해 가계와 기업, 정부 모두가 세기적 재난을 극복할 지혜를 찾아낼 수 있길 기원해보자.
<함성중 사회부장>
hamsj@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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