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 철저한 역할 분담과 책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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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내 감귤 농민 두 명만 모여도 ‘올해산 감귤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가 단연 첫 화두로 등장한다.

감귤 농가들은 지난 4년 동안 겨우 생산비 정도에 그치는 감귤 값 폭락으로 고생한 것을 기억하기 싫은 듯 고개를 흔들면서도 올해의 경우 감귤 가격이 다소나마 오르지 않을까 하는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감귤 값이 폭락하면서 많은 농가들이 감귤원 폐원과 간벌을 신청, 행정 당국이 계획한 간벌 목표를 초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에 감귤 값이 폭락했던 지난 4년간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보인다.

감귤 농가들도 이제는 과잉생산에 따른 감귤 값 폭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감귤원 폐원과 간벌만이 제주의 생명 산업인 감귤 산업을 살리는 1차 방안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감귤 농가들은 과잉생산에 따른 감귤 값 폭락이 1~2년에 그치는 단기적인 현상일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었으나 지난해까지 내리 4년째 생산비 수준으로 형편없게 형성되자 이제는 말기 암 환자와 같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서다.

그래서인지 행정 당국에 폐원, 간벌 신청을 하지 않고서도 스스로 감귤나무를 잘라내는 감귤 농가도 발생하고 있다.

감귤 농가들의 인식 전환 기미가 보이자 제주도 당국도 내년부터 감귤 수매를 중단하겠다고 공식 천명해 농가와 당국의 인식이 크게 변화됐음을 보여준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제주도의회 제193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197억원을 들인 2002년산 감귤 수매 대책은 감귤농가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고육지책일 뿐 감귤을 살리는 근본 대책은 아니라고 본다”며 “감귤 수매는 이번이 마지막으로 더는 행정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도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감귤산업이 제주의 생명산업일지라도 감귤 농가들이 스스로 시장상황에 맞게 변화하지 않는 한 수십년간 관행처럼 이어져 내려온 무분별한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실 그동안 감귤 농가들은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들에 비해 당국으로부터 행.재정적 지원을 많이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성 싶다.

일부 감귤 전문가들이 이 같은 감귤 농가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이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게 했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렇다면 감귤 값 폭락을 방지하기 위한 1차 방안으로 감귤원 폐원, 간벌 등 생산량 감축을 위한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 상태에서 제주도와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와 감귤 농가들에게 철저한 역할분담을 제안하고 싶다.

우선 도 등 당국과 생산자단체인 농.감협은 감귤산업 발전을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마련과 통계, 유통, 신품종 개발 및 보급 부분에 대한 역할을 맡고 감귤 농가들은 고품질 감귤 생산과 적정량 생산을 위한 폐원, 간벌 등에 자기 뼈를 깎는 몸부림에 스스로 나서야 한다.

당국은 종전 감귤 값이 폭락할 때마다 감귤 수매 등에 쏟아부었던 예산을 다양한 감귤정책과 생산 통계, 시장 분석, 유통, 신품종 개발 등에 투입해 감귤 농가들을 계도하고 농가들은 이를 기초로 스스로 대응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최근의 감귤 위기가 오히려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당국이나 농가 모두 현실을 직시, 서로 맡은 역할과 책임을 다해 두 개의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돌아간다면 최근 4년 동안 감귤 값 폭락으로 위기를 맞은 감귤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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