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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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중반을 넘긴 4월에 다시 T.S.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생각한다. 그가 노래한 황폐로부터의 구원의 4월처럼 뭔가 바로 희망이 보이는 4월이다.
엘리엇은 ‘황무지’ 첫머리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불모의 땅에서/라일락을 꽃피게 하고, 추억과/정욕을 뒤섞어, 봄비로/잠든 뿌리를 깨어나게 한다…’고 했다.

‘황무지’가 발표된 시기는 제1차세계대전이 끝난 4년 뒤인 1922년이다. 그는 당시 황폐한 유럽과 유럽인의 정신적 공황을 슬퍼하면서도 다시 이상사회로의 꿈을 잊지 않았다.

‘움켜쥔 것은 무슨 뿌리인가, 이 황무지에/어떤 가지가 자라나는가? 사람의 아들이여/너는 말도 추측도 할 수 없다…/마른 나무는 그늘을 만들지 않고…/마른 돌에는 물소리조차 없다…’. 모르긴 해도 전쟁으로 황폐한 인간 내면의 세계를 이처럼 적나라하게 묘사한 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엘리엇은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로 모든 것이 무의미한 삶이 됐지만 불모의 땅에서 다시 문명의 싹은 트기 시작하고 꽃은 필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과거 유럽 문명의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지구촌 4월 역시 전쟁의 공포와 이로 인한 경제 위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우려 등으로 마음 놓을 날이 없었다. 이라크 전쟁이 단시일에 끝났기에 망정이지 만약 장기전이 되고 주변으로 확산됐다면 잔인한 4월이 됐을지 모를 일이다.

다시 석유 가격이 내리고 세계 교역의 정상화 기대로 국내경제도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 같다. 특히 무역수지가 흑자로 반전된다면 더 좋은 일이다.

중국 여행을 다녀온 뒤 사스 유사 증세를 보였던 주부 임모씨(27)가 일단 괴질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니 이 또한 다행이다.

하지만 역시 올 4월 희망의 빛은 ‘북핵(北核) 해결에 진전이 있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기자회견 발언이다. 북한의 다자간 대화 움직임에 따른 반응이다. 어떻든 북.미 간 핵문제 해결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긍정적인 언급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오는 7월 제주에서 남.북한 민간 차원의 통일민족평화체육축전이 열린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흔히 잔인한 달로 통하는 4월에 전해진 낭보들이다. 특히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의 단초가 이 4월에 마련되고, 남북의 제주평화체육축전이 합의대로 7월에 열린다면 올 4월의 의미는 더없이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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