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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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것(近), 가까이 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자식이 부모를 가까이 하면 효(孝)가 될 수 있고, 너와 내가 가까이 하면 친구가 될 수 있다. 부부가 가까우면 화목하고, 이웃은 곧 사촌이라 했다.

임금도 백성을 가까이 하면 현군(賢君)이 된다 했다. 서경(書經)에 “백성을 가까이 하는 것은 옳되, 업신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가르친 뜻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깝지 않음(不近)이 더 좋은 경우도 있었던 모양이다. 과거 선인들은 가까워서는 안될 몇 가지를 일러두고 있다. 이를테면 바다와 강을 피하라(海不近 江不近), 산을 가까이 말라(山不近), 큰 길에서 떨어지는 게 좋다(大路不近) 등이 그것이다.

사는 곳이 바다나 강에 가까우면 해적이나 홍수가 걱정이요, 산에 가까우면 산불.산적이 두렵다. 집이 큰 길과 인접해 있으면 도둑을 맞거나 전쟁.난리 때 폭도들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과거 백성들이 외세 침입, 국내의 각종 반란, 허술한 치산치수, 해적.도적.산적의 강탈 등으로 얼마나 모질게 살아왔으면 불근(不近)의 경험철학을 터득했겠는가.

선인들과는 달리 우리는 지금 권불근(權不近)해야 할 시대에 서 있다. 권력과 가까이 하지 않은 삶의 철학에 철저했을 때 이 나라가 부패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조국 광복 이후의 무수한 대형 부정부패사건들 중 권력과 연루되지 않은 사건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양아들 이강석을 사칭했던 세칭 ‘귀하신 몸’ 사건까지 있었겠는가 말이다.

전 정권 당시 권력이 연루된 대형 부정사건, 몇 분 대통령 아들들과 친.인척이 관련된 부패사건, 세풍사건, 이 모두가 권불근을 못한 탓이다. 최근에도 권불근을 못해 더러 말썽을 피웠었다. 요즘에도 나라종금 로비 의혹사건에 권력 측근이 있다 해서 설왕설래다.

권불근은 꼭 비권력자들만이 지켜야 할 덕목은 아니다. 권력자들 자신도 권불근해야 옳다. 국회의원, 장.차관 등 권력자의 반열에 오른 모든 분들의 그 권력이란 것은 천부(天賦)가 아니다. 위임기간 부여된 권력을 자신을 위해 행사할 게 아니라 따로 두면서 국민을 위해서만 쓸 때 권불근이 되는 것이다.

나라를 부패에서 구하는 길은 권력자.비권력자 모두 권불근하는 데 있다. 다만 공적 관계를 떠난 사적 관계에서는 가까울수록 좋다. 따라서 이 시대야말로 근(近)과, 불근(不近), 특히 권불근(權不近)의 철학을 터득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못할 때 부패 없는 대한민국은 백년하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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