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야불상춘(春也不像春)
춘야불상춘(春也不像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6.25 휴전협정 체결 당시 10대 초반이었던 K는 충남의 소읍인 K읍에 살고 있었다. 그해 여름방학 어느 날 동네 친구 3명과 함께 마을 북녘에 있는 냇가에서 아카시아 꽃잎을 따먹으며 미역을 감다가 불발탄인 박격포 탄 하나를 발견했다.

이들은 신이 나서 돌멩이로 앞뒤를 두드리고 굴리며 신나게 놀았다. 그러나 갑자기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네 명이 모래바닥에 나둥그러졌다. 셋은 현장에서 즉사하고 K는 구사일생으로 오른팔을 잃은 채 생명을 건졌다.

총명하고 핸섬했던 그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으나 자신의 장애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 어린이가 비단 그 하나뿐이었을까마는 누가 그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의 사상자 비율이 제일 높다 하는데, 미군의 오폭으로 부모와 동생들이 몰사당하고 자신은 온몸에 화상을 입고 두 팔까지 잃은 알리라는 어린이는 겁에 질린 큰 눈을 멍하니 뜨고서 미국과 영국측의 치료 제의를 거부한 채 쿠웨이트로 향했다.

“매일 매일이 고통스럽다. 신이라도 나의 이 고통을 모를 것이다”라며 고통스러워하는 그 어린이의 모습이 지난 16일 밤 TV에 방영되었다. 영국 수상 토니 블레어는 이 어린이에게 의수(義手)를 해주고 성장할 때까지 돌보아주겠다고 약속을 했다는데 평생을 지니고 살 그의 육체적.정신적 충격과 공포의 기억은 어떻게 지워 줄 수 있을까. 이번 전쟁으로 죽거나 불구가 된 사람이 오직 이 어린이 하나뿐일까.

병원에는 수많은 전상자들이 부상당한 몸으로 의약품 및 의료진까지 부족하여 고통에 휩싸여 있다 한다. 인간세에 지옥이 따로 있을까. 이게 산 지옥이지. 후세인 정권의 몰락으로 바그다드, 바스라 등지에서 약탈이 자행되고 있다는데 그 곳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유물 30만점을 도난 당했다 한다.

걸프전 당시에는 이라크 정부측이 국립은행 금고에 보관하여 무사했다 한다. 이번에는 유네스코가 유물 보호를 미국측에 건의했고, 심지어 박물관 책임자가 미군에게 탱크 한 대만이라도 보내 보호해 달라고 애원했는 데도 묵살되었다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를 점령한 독일군 사령관은 굳은 신념으로 파리의 유적들과 베르사이유궁, 루브르 박물관 등을 철저히 보호하여 프랑스의 유적과 유물이 고스란히 보존되었다.

장제스가 자금성에 소장된 역사유물 60여 만점을 배에 싣고 대만으로 향하자 마오쩌둥이 화가 나서 폭격을 명하려 했는데 대만으로 옮기더라도 중국 것임에는 다름이 없다며 저우언라이(周恩來)가 말려 중국의 역사 유물은 보존될 수 있었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의 하나인 이라크 지역의 바빌로니아 문명의 유물이 없어져 밀거래의 대열에 끼었으리라 추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세계인과 세계문명의 역사 앞에 큰 죄를 짓고만 것이다.

세계 역사문물의 3분의 1을 점한다는 그 보물들을 어떻게 회수한단 말인가. 이는 곧 전 세계의 문화 유산이 아닌가.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인들이 미국인들을 우습게 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번 전쟁은 쥐 한 마리 잡으려다 장독 깨버린 것과 흡사한 것만 같다. 미국측이 찾고 있는 이라크의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 살상 무기는 물론이요 후세인의 행방도 지금까지 묘연한 상태이다. 명분없는 전쟁으로 인하여 사망한 이라크인은 대략 얼마나 될까. 모두가 아까운 목숨들인데…. 우리는 6.25 전쟁으로 남.북한 합쳐 250여 만명(2차대전 당시의 총 희생자보다 많음)이 희생되었다는데…. 뉴욕타임스는 ‘외교적 폐허 속의 전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라크 전쟁은 적어도 지난 한 세대 동안에 워싱턴이 저지른 최악의 실책이다.

미국은 이제 이라크에 관해서뿐만 아니라 탈냉전시대에 어떻게 미국의 역할을 정의할 것인지에 관해 결정적 전환점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다자간 회담 수용으로 한국, 일본을 제외한 북한, 중국, 미국이 회동하게 되는 모양이다. 당사국을 제외하고 무슨 꿍꿍이속인지 알 수가 없다.

현재 상황이 대한제국 말기인가, 과연 우리의 전환점은 무엇이며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마음이 하도 심란하여 ‘꽃눈이 어지러이 휘날리는 눈부신 봄이건만 도무지 봄 같지가 않다(花雪亂紛紛, 春也不像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