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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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인 판공비(辦公費).

판공비란 그 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곱지가 않다. 우리의 그릇된 접대문화와 밀실이 연상되는, 어두운 무언가가 곁들여진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상당수 시민들은 판공비의 한 면을 권위주의 정권의 부산물로 바라본다. 정부도 이를 알아차려 언제부턴가 ‘판공비’란 말을 슬쩍 뺐다. 대신, 업무용도에 사용하는 비용이라며 ‘업무추진비’란 말을 쓰고 있다.

엎치나 뒤치나 그것이 그것인 판공비가 요즘 한창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판공비 공개’로 정부 개혁의 의지를 국민에게 알리려고 애쓰고 있다. 정부 부처 3급 이상 공무원들의 판공비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일부 장관과 핵심 브레인들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며 역대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방정부를 관장하는 부서인 행정자치부의 김두관 장관은 한 달에 한 번 판공비를 공개하겠다고 천명했다. 김 장관이 이러니, 지금껏 버텨온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도 고민에 빠졌다.

▲판공비 공개와 관련해 제주지방이 다른 지방보다 앞섰다. 지난 11일 제주도와 4개 시.군이 일제히 판공비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제주시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시장의 판공비를 공개해 다른 자치단체를 자극했다.

이들 자치단체가 판공비를 공개하게 된 이면에는 제주지역 시민단체의 공로가 컸다. 참여자치와 환경보전을 위한 범도민회가 이들 자치단체를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등 판공비 공개를 지속적으로 촉구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제주참여환경연대는 도와 4개 시.군에 대해 판공비 공개를 청구했다. 지난 11일 공개한 판공비 내역이 “나열적으로 단순 공개”해 “투명한 예산 집행이나 도민의 알 권리 충족”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것이 공개 청구의 주된 이유다.

이에 대한 자치단체의 입장은 판공비의 사용처를 낱낱이 밝히게 되면 관련 도민의 사생활을 침해하게 되고 도민의 도와 시.군정 참여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한 대법원의 관련 판례를 내세우기도 하는데, 투명행정이라는 측면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실 이번에 공개된 도와 4개 시.군의 판공비 지출내역을 보면, 대부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가 주종을 이룬다. 또 30~40% 가량은 경조품과 근조화환 구입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들어 오는 것은 사용한 전체 금액일 뿐이고, 세부적인 사용내역은 무엇이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게금 돼 있다. 짜맞춘 인상마저 들 정도다. 이러하니 덜컥 권위적인 시절 때인 ‘판공비’를 연상케 한다.

우리 사회는 점차 맑아지고 있다. 시스템이 그러한 방향으로 짜여지고 있다. 그러니 투명행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어느 자치단체장이건간에 누군가는 이를 앞당겨야 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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