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감귤경쟁력강화연구단 사과 주산지를 가다
제주도감귤경쟁력강화연구단 사과 주산지를 가다
  • 홍성배
  • 승인 2003.04.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저한 시장경제원리 적용”

제주도감귤경쟁력강화연구단의 조사단(단장 고경휴)은 지난 18, 19일 이틀간 과수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경상북도 사과 주산지를 방문해 구조조정 사례에 대한 조사활동을 벌였다.

사과의 구조조정 사례와 어려움에 처한 감귤의 구조조정에 대한 시사점 등을 간추려 소개한다.


노동력 고령화·소비 감소로 조정 불가피
쌀·복숭아·포도·딸기 등으로 전환


▲사과 구조조정 배경
1995년 전국의 사과 재배면적은 5만2000㏊에 달했고, 생산량도 60만~70만t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재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각각 2만6163㏊, 43만3165t으로 불과 7년새 재배면적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생산량도 급감했다.

사과 주산지인 경북지역 역시 한때 3만6355㏊에 달하던 재배면적이 지난해 1만6663㏊로 절반 이상 급감했고, 앞으로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급격한 사과 구조조정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경상북도청에서 ‘사과의 구조조정본부’라고 자신있게 소개한 경북능금농협의 윤만호 조합장은 “손익이 맞지 않으면 자연히 구조조정된다”는 당연한 시장경제원리를 강조했다.

사과 구조조정에는 △농촌인구 감소와 노동력의 고령화 △대체작목 전환 △노령화된 기존 과원의 키 낮은 사과 신규 과원으로 대체 및 신품종 보급 △수입 과실류 및 시설 과채류 증가에 따른 소비 감소 △다른 과일보다 낮은 소득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경북지역의 경우 1990년 19.9%였던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1999년에는 34.3%로 급증했는데, 다른 과일보다 일손이 더 많이 가는 사과의 경우 한층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 수입 과일 등으로 인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인당 사과 소비량이 1995년 15.9㎏에서 1999년 10.4㎏으로 감소했고, 2005년에는 8.4㎏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과의 경우 감귤과는 달리 대체작목 선택폭이 컸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경북능금농협 관계자는 사과 구조조정이 대부분 다른 작목으로 전환됨에 따라 가능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경북능금농협측은 사과산업 포기 농가들이 대부분 쌀과 복숭아.포도.딸기 등 다른 과일로 작목을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을 포기한 농가는 10%선에 불과하다는 것.

1992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 경북지역 과종별 재배면적 변동 추이를 보면 배는 952㏊에서 4258㏊로, 복숭아는 4567㏊에서 7581㏊로, 포도는 6048㏊에서 1만1211㏊로 급증했다.

고추.마늘.양파 등 채소작물 재배 또한 크게 늘었다.

‘키 낮은 사과원 조성’ 등 경쟁력 제고 노력
조·중·만생으로 나눠 수급 조절도


▲구조조정을 위한 각 주체의 역할과 고민
사과 구조조정은 지방자치단체의 특별한 지원 없이 철저하게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농가의 의지와 자본 투입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다른 작목 전환에 대한 선택조차 농가의 몫이다.

이 때문에 정동우씨(61.경북 영천시 임고면)의 사례처럼 남모르는 진통도 나타나고 있다.

선대에 이어 30여 년전부터 사과농사를 지었던 정씨는 사과 값이 폭락한 데다 나이가 들고 인력난을 겪으면서 7년전 상당 면적을 복숭아 재배로 전환했으나, 묘종에 문제가 생겨 다시 갱신해야 했고 또다시 일부 면적은 사과로 재전환하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경북의 행정기관과 생산자단체는 고품질 생산을 위한 품종 개량과 연구활동 등을 전개하면서도 농가에 대체작목을 권장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솔직히 토로했다.

행정이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에 대한 지원과 고품질 생산을 위한 지원은 이뤄져야 하지만 대체작목 결정은 농가 자신에 달려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배 재배면적이 급증하면서 벌써부터 전라도 등 배 주산단지를 중심으로 지난해 감귤처럼 배의 적정 처리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사과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경상북도는 1996년부터 산.관.학 협동으로 ‘신 경북형 키 낮은 사과원 조성’을 목표로 구조조정에 대한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실적은 1171㏊로, 경북은 고품질.다수량.저비용의 사과 생산을 위해 2010년까지 도내 사과원의 80%인 1만4000㏊를 개편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 중이다.

경북능금농협과 농기센터는 대목 양성과 우량묘목의 체계적인 공급에 나서고 있는데 그동안의 노력으로 신품종 묘목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사과의 경우 생산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서 유통 문제가 새로운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출하 조절을 위해 경북능금농협은 일정 비율로 나눠 조생.중생.만생 등 3~4개 품종의 식재를 농가에 권장함으로써 홍수 출하 방지와 수급 조절을 추진 중이다.

대구경북농산물유통의 중심 역할을 목표로 행정과 농협 중앙회, 지역농협이 출자해 설립한 농협군위유통센터의 경우 산지형 유통센터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사과연구소는 연구 및 기술 보급은 물론 매년 소비지인 서울 명동에서 사과의 날 행사를 갖고 사과 판촉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사과 주산지에서 포도 주산지로 부상한 경북 영천시도 서울에서 향우회 등과 연계해 포도축제를 열고 소비자의 관심 끌기에 나서고 있다.

사과 주산지의 경우 그들 말처럼 ‘상대적으로 손쉬운 구조조정’과정을 거쳤지만 외국산 과일의 시장 잠식, 국산 과일의 다양화 및 생산시기 중첩 등으로 소비시기가 갈수록 짧아진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품질 고급화를 통한 상품성 확보, 획기적인 유통체제 구축, 구조조정 가속을 선결과제로 삼고 행정, 생산자단체, 생산자가 모두 자신의 역할 완수에 주력하고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