虎視牛行(호시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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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18일 새벽 청남대에서 국민에게 쓴 편지 속에 담긴 ‘호시우행(虎視牛行)’이란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걸으며 판단은 예리하게 하고 행동은 신중하고 끈기있게 한다는 뜻이다.

이 ‘호시우행’이란 말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이기택(李基澤) 전 민주당 대표가 즐겨 쓰는 말이었다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1997년 이 대표가 펴낸 ‘호랑이는 굶주려도 풀은 먹지 않는다’는 수필집에서 그는 ‘호시우행’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내가 좌우명으로 살아온 말이 ‘호시우행’이다.‘호랑이처럼 살고 소처럼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말이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자각을 사상의 역사에 끌어낸 중국의 대선사 마조도일(馬祖道一)을 두고 호시우행의 대장부라고 평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기민한 정신력과 과묵하고 신중한 성품을 지닌 선승 마조도일은…(중략) 내가 중국선(禪)의 개화기를 연 그런 인물의 흉내를 내기 위해 ‘호시우행’을 끌어들인 건 물론 아니다. …(중략), 호랑이는 굶주려도 풀을 먹지 않는다.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 아울러 ‘더디가도 황소걸음’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신중하지만 할 노릇은 다한다는 뜻이리라. 호랑이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쏘아보는 것과 참으로 절묘한 대칭을 이루는 말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회의석상에서도 개혁 우보론(牛步論)을 자주 말하곤 한다고 한다.

“저는 소처럼 갑니다. 5년 동안 밀고 갈 겁니다. 저에겐 그런 권한이 있습니다.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게 아닙니다. 거역할 수 없는 개혁과제임을 인식시킬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이게 내 배짱입니다.”

노 대통령은 또 ‘호시우행론(虎視牛行論)’을 통해서 “제가 생각하는 개혁의 방법은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걷는 것”이라며 대립적이거나 과격하다고 보는 일부의 우려도 함께 불식시키고 있다.

개혁 과제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천천히 신중하게 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말도 있다.

‘虎飢困不擇宦(호기곤불택환)’ 굶주린 호랑이가 고자라고 마다하겠느냐는 말이다.

이 말은 ‘일이 몹시 급할 때는 무슨 일이든지 분별 선택할 여유가 없음’을 이를 때 쓰는 말이다. 그렇고 보면 호랑이도 호랑이 나름이고 황소도 황소 나름일 것인데 문제는 호우(虎牛)의 평상심(平常心)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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