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국수
고기국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즐겨먹는 음식을 꼽으라면 아마 면(麵) 요리가 아닐까 싶다.

면 요리는 국수로 통칭한다.

국수 재료는 밀가루가 대표적이지만 나라마다 생산되는 곡식에 따라 다양하다. 그러다보니 제조법 역시 매우 특이하다.

이를 테면 반죽을 양쪽에서 잡아당기고 늘여서 여러 가닥의 국수를 만드는 납면 방식, 반죽을 길게 늘여서 벌린 막대기에 감아 당긴 후 가는 국수를 만드는 소면 방식, 반죽을 손으로 눌러서 가늘게 만든 뒤 칼로 썰어 만드는 절면 방식 등이 있다.

이로 인해 국수 제조 버전까지 생겨났다.

중국의 버전은 ‘면을 늘인다’이고 일본은 ‘면을 썬다’는 식이다.

반면 한국의 버전은 ‘면을 뺀다’ 또는 ‘면을 뽑는다’가 된다.

▲예로부터 생일이나 회갑연 등 특별한 날에는 국수를 먹었다.

국수는 음식 가운데 길이가 가장 긴 까닭에 장수를 기원한다는 뜻에서다.

밀가루 원료인 밀이 귀했던 탓에 국수는 고급음식이었다.

이와 관련 조선 영조 6년(1730) 윤유(尹游)가 평양풍토의 기록인 ‘평양지(平壤志)를 보완해 펴낸 ‘평양속지(平壤續志)’에는 놀랍게도 흙으로 빚는 ‘흙 국수’가 등장한다.

평양 인근 잡약산(雜藥山)엔 곱고 부드러운 흙이 있어 이 흙으로 떡을 빚고 국수를 뽑아 굶주림을 메웠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곡식가루와 함께 흙가루를 섞어 만들었겠지만 당시 뼈저린 빈곤을 상기케 한다.

하지만 지금은 종류만 해도 30가지가 넘을 정도로 국수는 대중음식이 됐다.

▲최근 ‘고기국수’ 얘기가 화제다.

지난 1974년 유신헌법 시절, 33살이었던 오모씨는 “정부 고관들은 고기가 많이 섞인 국수를 먹는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마을버스 안에서 처음만난 여고생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정부의 ‘분식장려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무심코 던진 말 때문에 그는 긴급조치 위반혐의로 무려 3년간 옥살이를 했다는 것이다. 며칠전 그는 35년 만에 재심재판을 청구했다고 한다.

‘고기국수’ 하면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메뉴다.

고등어나 갈치조림에 익숙한 관광객들 사이엔 언제부턴가 별미로 자리 잡았다.

주당들도 밤이 늦어서도 속 풀이할 정도로 고기국수는 서민음식으로 인기다.

흙 국수에다 유신시절 한마디에 옥살이로 내몬 고기국수의 변천사가 무상하다.

그럼에도 오씨에게 고기국수는 몸서리쳐지는 모진 고문의 악몽으로만 남을 터이다.<김범훈 논설위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