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제주-22. 산남경제 어떻게 살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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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특수’ 아닌
먹구름 걷힐 특단의 부양책 필요

감귤산업 무너지며 경제 연쇄반응
상인들 “매출액 30% 감소” 하소연
제주시 중심의 소비행태도 이유


지난 21일 오후 서귀포시 상설시장. 산남지역 최대 상권이라 하지만 매장에는 종업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소비자들의 발길은 뜸했다.

이곳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매장(마트)을 운영하는 한모씨(44.중앙동). 한씨는 요즘 경기를 묻자 할 말을 잃은 채 손사래를 쳤다. 한씨는 “지난해부터 서민가계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올 들어서는 매출액이 30% 정도 더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요즘 상설시장 점포들은 예전보다 1시간 늦게 문을 열고, 오후에는 1시간 빨리 문을 닫고 있다. 낮시간대도 썰렁하지만, 오후 9시 이후에는 점포들이 거의 철시해버려 캄캄한 시장으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시가지권에서 17년째 보일러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소상공인 부모씨(47.동홍동). 부씨는 요즘 경기 상황에 대해 “IMF 때보다 더 어렵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루에 판매하는 보일러는 보통 1~2대. 부씨는 “산남지역에 자금사정이 악화되다 보니 주택 신축은 물론 개축.보수에 여력이 없는 것 같다”며 “보일러를 팔아 인건비를 챙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씨는 보일러를 판매해도 수금이 제대로 안 돼 어떤 때는 판매조차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동문로터리 인근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해온 허모씨(36.서귀동). 허씨는 지난달 초 5년간 영업해온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허씨는 “2~3년 전만 해도 하루 매상이 50만~70만원 정도였는데, 올 들어서는 하룻밤 손님이 한두 테이블 정도가 고작이어서 건물 임대료는 고사하고 여종업원 월급주기에 땀났다”고 말했다.

▲영업용 택시기사 김모씨(33.남원읍 남원리)는 요즘 하루 운행해 사납금 채우기가 버겁다. 김씨는 “낮에 택시손님이 거의 없는 데다 밤에는 장거리로 가는 술손님들이 크게 줄어 여간 힘든 게 아니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당일 운전기사들의 사납금 완납률이 70%를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에서 3년째 부동산중개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모씨(44.서홍동). 김씨는 요즘의 부동산 경기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올 들어 김씨를 통해 매매가 체결된 부동산 건수는 고작 3건. 마지못해 사무실 간판만 내걸어놓은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계속되는 감귤 가격 하락으로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과수원을 내놓는 사례는 많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

▲감귤농가 강모씨(54.남원읍 위미리)는 그동안 경작해온 임대 감귤원 3000여 평에 대해 올해부터는 경작을 포기하기로 했다.

강씨는 “3:7제(밭주인:경작자)로 경작했었는데 적자 영농이 불가피했었다”며 “임차농으로는 더 이상 살 수 없어 다른 일당 잡부일을 해 생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남지역의 경기가 침체된 것은 4년 내내 이어진 감귤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경제의 근간인 감귤산업이 무너지면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 제조.음식서비스업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서비스업의 경우, 서귀포시내에서만 올 들어 150여 군데가 폐업하거나 영업자 변경신고를 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도로 사정이 좋아지면서 소비행태가 제주시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도 산남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류가게 등에서는 일요일이면 고객이 늘어야 하는데 오히려 평일에 비해 매출이 뚝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소비행태의 변화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산남지역의 경기 불황은 특히 서귀포시와 남원읍 지역에 집중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관광객이 증가함에 따라 ‘반짝 특수’가 있긴 하지만 감귤산업의 어두운 전망으로 인해 경제 전반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서민가계가 갈수록 곤궁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특단의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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