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가족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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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25시(時)’의 작가 게오르규가 제주를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아름다운 풍광과 돌담문화였다. 개성을 외면한 획일주의와 메커니즘 문명을 비판하면서 인간의 위기를 주장한 그에게 제주의 독특한 경관과 돌문화는 ‘신비’ 그 자체였다.

게오르규는 발 닿는 곳마다 밟히는 돌맹이들, 가슴을 확 트이게 하는 수평선, 그리고 한라산의 푸르름에서 그가 찾고자 하는 순수한 인간 삶의 현장이 바로 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특히 돌담과 돌 무덤에서 그는 제주인의 지혜와 조상숭배 정신을 동시에 음미했지 않았나 싶다. 물론 거친 바람과 우마(牛馬)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책이었지만, 그에겐 인간의 삶과 죽음의 근원지처럼 비춰졌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게오르규는 도민들의 주거형태까지 파악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안.밖거리의 주거 구조와 부모와 자식 간 다른 부엌 구조 등 외지인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특이한 가족제도를 이룬 집안이 많았다.

물론 모든 가족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일부 자식(장남)이 결혼하면 부모가 살던 안거리(안채)를 자식에게 내주고 부모는 밖거리에 살았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유교사상이 희박해진 때문이라고도 하고, 워낙 먹고 살기 힘들었던 농경사회의 자급자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었다고도 말한다.

그런 영향 탓일까. 부모와 자식이 따로 사는 가족이 아직까지도 제주가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의 전국 3만가구 대상 가족간 주거형태 조사에서 도내 전체 가구 중 60세 이상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구주는 39.3%에 불과, 60.2%가 따로 사는 가구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물론 따로 사는 가족이 광주(67.1%) 등 다른 3개 지역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역시 전국 평균 56.7%보다는 높았다.

여기에 노부모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는 비율도 본도가 62.8%로, 전국 평균 46.3%를 크게 앞질렀다. 비록 부모의 전통적인 자립정신의 영향 때문으로 생각되지만, 너무 비교가 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엣날에는 자급자족이, 지금은 핵가족화가 가족 사이를 벌여 놓는 것은 아닌지, 모두 생각해 볼 일이다. 부모가 원하든 원치 않든, 장남이든 아니든 능력이 있는 자식들이 노부모를 모시는 것은 최고의 선(善)이다. 20여 년 전 게오르규 역시 본도의 이런 가족구조를 보았다면 또 한 번 놀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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