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추진 순항할까
신당 추진 순항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민주당 신주류가 신당 창당 추진을 공식 선언했지만 당내 갈등을 비롯해 신당의 앞날에는 곳곳에 지뢰가 깔려 있어 순항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선 신당 창당 추진기구 등을 구성하려면 민주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가 승인하거나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해 당무회의로 결정권을 넘겨야 하는데, 최고회의와 당무회의는 구주류가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신주류측 의원들이 지난 28일 저녁 회동에서 "신.구주류 구별없이 함께 갈 것"이라며 신당 추진 과정에서 구주류의 동참을 호소한 데 대해서도 구주류측은 '선(先) 당 개혁, 후(後) 신당 모색' 입장을 보이면서 신주류측의 현 지도부 해체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한광옥 최고위원은 "당 개혁안을 관철시켜야 하는데 신당 운운하는 것은 당원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지도부 사퇴를 언급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균환 총무도 "민주당을 지역당으로 전락시키면서 호남 유권자를 일부 빼가면 (신당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신당 추진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김상현 고문은 "민주당의 개혁안을 통과시켜 다른 정치세력과 연대하는 길을 모색해야지, 신당을 하면서 당이 왜소화하고 분당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면서 "개혁안이 통과되면 현 지도부는 자연스럽게 사퇴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조재환 의원은 신주류 강경파가 추진하는 신당을 '벤처기업'에 비유하면서 "벤처도 전통산업과 접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구주류를 배제한 신당 추진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당내에서 수적 열세를 보이고 있는 신주류가 다수의 구주류를 설득해 신당 창당 과정으로 넘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이상수 총장은 "최고위원들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일단은 비공식 기구를 띄울 것"이라고 한 발짝 물러섰다.

신주류 내부의 이견을 어떻게 봉합하느냐도 신당 추진파들의 고민이다.

지난 28일 만찬 회동에 신주류 중진인 정대철 대표, 김원기 고문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민주당의 개혁 작업을 통해 당을 개조한 뒤 외연 확대 차원의 신당을 모색하는 순서를 밟아야 한다면서 즉각적인 신당 창당에는 구주류와 마찬가지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대선 직후 당의 발전적 해체에 서명한 23명의 의원들 중 한 명인 조순형 의원도 최근의 신당 흐름에 대해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김경재 의원은 "신당을 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카리스마, 치밀한 밑그림,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현 상황에서는 어떤 요소도 확보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신당 추진의 관건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다. 노 대통령이 신당 창당에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당내 힘쏠림이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주류측은 "노 대통령이 아직은 헤쳐모여식 창당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고 관측했지만 신주류측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면 재·보선 직후 신당 논의가 이처럼 급물살을 탈 수 있겠느냐"는 반문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강운태·박주선 의원 등 10여 명의 중도파 의원들이 지난 28일 저녁 모여서 "시대의 대세는 개혁"이라는 데 공감하면서 민주당 법통을 승계하는 열린 신당 창당이라면 참여할 뜻을 내비치는 등 중도파들이 신당 쪽으로 기우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김태랑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내 인사들과 비공식 만남을 잇달아 갖고 당내 분위기를 탐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신당 문제에 대한 견해 표명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갑 전 대표가 신당 추진에 참여할지도 관심이다. 열흘 가량의 일정으로 29일 방미 출국한 한 전 대표는 "미국에 다녀온 뒤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신주류측은 한 전 대표의 호남 대표성을 인정해 참여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주류측은 '민주당의 법통 승계'를 내세워 만류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대북송금 특검 수사의 진행 상황과 호남 민심의 향배 등도 신당 추진의 순항 여부를 판가름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