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보니 어른들은 자녀들한테만은 책 읽기를 강요한다.
그 실증적 사례로서 어른들은 자녀들에게 전집류 등을 떠안기다시피 해왔다.
지금 우리사회는 ‘읽는 사회’에서 ‘보는 사회’로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영상문화가 압도하고 변화와 속도가 강조될수록 독서의 중요성은 더 강조되고 빛을 발한다.
진부한 얘기 같지만 보는 사회야말로 읽는 사회의 토대 없이는 사상누각이다.
영상매체의 일방적인 콘텐츠에 접하다보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를 잃게 되고 경쟁력의 원천인 풍부한 상상력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독서에 관한 수많은 명언(名言) 가운데 독서삼도(讀書三到)란 격언이 있다.
주자(朱子)라는 존칭으로 더 유명한 중국 남송의 사상가 주희(朱熹)가 주창한 것으로 독서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책을 읽을 때 입으로는 다른 말을 하지 않는 ‘구도(口到)’, 눈으로는 다른 것을 보지 않는 ‘안도(眼到)’, 마음으론 하나로 가다듬어 반복 숙독하는 ‘심도(心到)’에 골몰하면 그 진의(眞意)를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주자는 이 가운데 심도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바로 읽기’를 강조했다.
바로 읽기는 ‘독파(讀破)’와 일맥상통한다. 독파는 책이나 글을 처음부터 막힘이 없이 죽 내려 읽거나 끝까지 남김없이 다 읽는다는 의미다.
▲독파는 ‘독서파만권(讀書破萬卷) 하필여유신(下筆如有神)’에서 유래한다.
만 권의 책을 읽은 후 붓을 들으면 마치 신들린 듯이 글을 쓸 수 있다는 뜻으로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한 말이다.
일정 경지에 이른 모든 역량은 바로 깊고 넓은 독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물론 독파는 다독(多讀)하라는 뜻도 포함한다. 때문에 독파는 독서 강박증에 빠진 어른들한테 부담이고 또 다른 스트레스다. 그러나 독파는 한 편의 짧은 글, 한 편의 짧은 책을 끝까지 읽는 데서 비롯된다.
바야흐로 움트는 봄의 싱그러움을 알리는 춘삼월이 왔다. 밖으로 나가 겨우내 쌓인 갑갑증을 푸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집안 청소 후 밥상에라도 앉아 시 한편, 단편소설 한권이라도 독파할 수 있다면 비록 하루살이가 어렵더라도 마음은 한결 포근해지고 부드러워질 것 같다. <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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