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대책 없는 계획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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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마을 스스로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토록 했다. 마을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을 중심으로 마을의 발전계획을 세우면 제주도가 이를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지난해부터 마을당 96만원의 컨설팅 비용을 지원해오고 있고, 오는 2010년까지 92개 마을에 대한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한다.

자치단체가 마을발전계획을 주민들에게 세우도록 하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선진국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계획 제시를 통해 미래사회가 어떻게 발전할 지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높여주고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자치단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제대로 된 계획이라면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것까지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마을별 장기발전계획은 바로 그런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측면이 적지 않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이 없다. 이 때문에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 12개 마을이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했으나 사업추진이 의문시된다고 한다.

제주도는 재원을 국비나 지방비로 충당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올해 제주도가 확보한 이 분야 예산이란 것이 고작 컨설팅 비용 3000만원이어서 너무나 막연하다.

그렇다면 이 거창한 마을별 장기발전계획이 재원대책도 없이 그저 ‘립 서비스’ 로 제시됐다는 말이 된다.

제주도 관계자조차 “향후 중앙과 지방 단위 마을 만들기 사업과 연계방안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할 정도다.

재원을 세수(稅收) 어느 부분으로 충당해야 할지, 아니면 지방채를 발행해 지방채무로 충당할지 분명히 한 후 계획을 추진해야 할 게 아닌가.

도대체 이런 허황된 계획을 하고 발표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

마을발전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제주도는 이런 ‘소설쓰기’를 그만 두기 바란다.

지금 도민들이 도정에 간절히 바라는 것은 ‘뜬 그름 잡는’ 공론계획으로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 어떻게든 경제회생의 계기라도 마련해주는 그런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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