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한국은 ‘들러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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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3~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3자회담에서 핵무기 보유를 시인한 사실은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이미 3자회담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감수하였던 우리 정부로서는 또 다시 새로운 차원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사실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측이 미국측에 제시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려지고 있지 않다. 다만 그간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선 미국이 북한에 대한 중유 공급과 경수로 사업을 계속한다면 핵포기를 약속할 것이며, 나아가 불가침조약이 체결되면 핵사찰을 수용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북한에 대한 관계 정상화 조치가 이루어지면 핵무기와 미사일 완전 해체를 위한 협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일련의 해법을 미국에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은 미국의 경제 지원과 체제 보장 등의 대가로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시 미 행정부는 북한의 제안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오히려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가 득세하며 북한의 핵무기를 강제로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 내 북핵문제의 평화적 방법에 의한 해결을 주장해온 온건파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빠른 시일 내 북핵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해법이 도출되지 않는 한 향후 UN을 통한 대북 경제제재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북한의 고립을 통해 내부 몰락을 유도하며 서서히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측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안은 미국이 이라크전쟁과 마찬가지로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한 이른바 ‘불량국가’에 선제공격을 하는 전략을 북한에 적용하는 경우이다. 즉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에 근거하여 북한 체제를 종식시키는 방안이 심각하게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안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이는 북한측이 한국 정부를 군사적 문제에 관한 협상 대상국으로 인정하지 않기에 북핵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미 행정부내 강경파가 득세하여 대북 선제 공격이 이루어질 경우 역시 한국의 목소리는 그다지 중요하게 고려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라는 초강경 대응이 취해지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반도에서의 핵전쟁 가능성을 높여 민족 전체의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미국에 북핵문제에 대한 평화적 협상을 통한 해결을 당부하며 강경파의 입지가 강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동시에 북한에도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다각적으로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현재의 위기에 직면하여 대북정책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한반도 평화 진전에 실제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는 ‘무능한’ 교류와 협력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보다는 교류와 협력을 전제로 한반도 비핵화 보장을 확실히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미국에 대해서도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이 보장되지 않는 한.미 공조 관계를 강조하기보다는 우선 한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분명한 당사자임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측면이 한반도 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중추적 역할이 보장되는 대북정책의 기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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